고성산불 7㎞ 가는데 2시간…걷는 것보다 빨랐다

고성산불 7㎞ 가는데 2시간…걷는 것보다 빨랐다

입력 2019-04-05 12:55
수정 2019-04-0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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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진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의 관련 시설물이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다. 독자제공
5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진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의 관련 시설물이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다. 독자제공
“정말로 도깨비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3리의 한 주민은 지난밤 마을을 삼킨 산불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불은 마을 코앞에까지 와 있었다”고 말했다.

고성군 토성면 일대와 속초시 장사동 일대를 초토화한 산불이 발생한 것은 4일 오후 7시 17분께.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전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야산으로 옮겨붙은 시간이다.

야산으로 옮겨붙은 불은 자동차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강력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 일성 콘도미니엄을 스친 뒤 순식간에 현대콘도미니엄을 덮쳤다.

이들 두 개 콘도미니엄의 주 건물은 직원과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화마를 피했으나 컨테이너와 조립식 건물 등 주변 시설물들은 불길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콘도미니엄 주변의 식당과 편의점, 일반주택 3∼4채도 화마에 쓰러졌다.

불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졌다.

속초 방향으로 확산한 불은 노학동 한화리조트를 거쳐 장사동과 속초 시내 쪽으로 내달았다.

이 과정에서 한화리조트 대조영 드라마세트장이 초토화됐으며 이어 장천마을도 쑥대밭이 됐다.

장천마을을 집어삼킨 불은 영랑호로 진출, 호수를 사이에 두고 두 갈래로 갈라져 한줄기는 장사동 횟집촌, 다른 한줄기는 속초의료원 방향으로 진출하면서 호수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태우고 산불 발생 1시간 30여분 만에 해안가까지 도착했다.

산불발화 지점에서 장사동 해안까지 거리가 직선으로 약 7.2㎞ 정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강풍을 타고 확산한 산불은 일반인의 뜀 걸음보다 속도가 빨랐다고 할 수 있다.

고성 쪽으로 확산한 불은 원암리와 인흥리, 성천리, 용촌리, 봉포리, 천진리를 휩쓸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 125채와 창고 6채 등 모두 136채의 건물이 소실됐다.

속초에서도 주택 35채와 숙박시설 24채, 창고 20채 등 모두 209개의 시설물 피해가 났다.

속초지역 피해 가운데 109개는 대조영 드라마세트장에 있던 시설물이다.

날이 밝은 5일 둘러본 피해 지역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한 집 건너 하나씩 불에 타 주저앉은 주택은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 창문이 모두 깨진 채 앙상한 골조만 남은 건물은 마치 해골을 연상케 했다.

불구덩이 속에서 목숨을 부지한 축사의 소들은 무척이나 놀란 듯 커다란 눈망울을 껌뻑거리며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소를 사육 중인 한 농민은 “200여 마리 모두가 무사한 데다가 쌍둥이 송아지도 태어나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안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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