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알리바바도 바이두도 모두 여기서 태어났죠

[글로벌 인사이트] 알리바바도 바이두도 모두 여기서 태어났죠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5-18 17:46
수정 2015-05-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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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공유·사업은 개척하는 中 실리콘밸리 ‘중관춘’ 가보니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 여의도 면적의 50배 규모인 이곳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의 메카이자 금융산업의 중심지이다. 세계적인 기업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하이얼, 레노버 등이 모두 여기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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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 하이뎬구 중관춘 창업 거리에 있는 한 창업 카페 내부 모습.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로 일을 한다.
베이징시 하이뎬구 중관춘 창업 거리에 있는 한 창업 카페 내부 모습.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로 일을 한다.
중국 발전의 두뇌이자 심장인 중관춘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중관춘 창업 거리’이다. ‘창신(創新)·창업(創業)’ 전도사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종종 이곳을 찾아 에너지를 충전해 가곤 한다. 지난 7일에도 방문해 “촹커(創客·창업자)들만 보며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만 지난해 1300여개 기업이 새로 생겨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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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카페의 게시판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창업 카페의 게시판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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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중관춘에 자리잡은 창업 거리. 창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서점 골목을 개발해 만든 이 거리에서 해마다 1300여개 기업이 새로 생긴다.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중관춘에 자리잡은 창업 거리. 창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서점 골목을 개발해 만든 이 거리에서 해마다 1300여개 기업이 새로 생긴다.


리 총리가 그날 커피를 마신 ‘처쿠(車庫·차고) 카페’를 지난 15일 찾아갔다. 주말을 앞둔 늦은 오후였지만 제법 붐볐다. 창업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창업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이다. 좌석 하나가 곧 창업자 한 명의 사무공간이자 휴식공간인 셈이다. 컴퓨터와 씨름하는 사람, 갓 만들어진 시제품을 만지작거리는 사람,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리는 사람,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는 사람. 이들이 바로 리 총리가 말한 촹커들이었다. 카페 매니저인 판제(潘杰·29)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투자자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이곳은 창업자들이 공유하고 공생하는 창업 생태계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동료 4명과 열띤 토론을 벌이는 류환칭(劉環靑·47)에게 말을 걸었다. 세 식구의 가장인 그는 4년 전 ‘다오치 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을 창업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나.

-집을 살 때나 차를 살 때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과 차 내부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느낌을 펼쳐보이는 가상현실을 개발하고 있다.

→창업자금은 얼마나 들었나.

-친구들로부터 100만 위안(약 1억 7500만원)을 투자받았다. 500만 위안을 더 모을 생각이다.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이동통신사에 다녔다.

→창업을 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창업과 나이는 상관없다. 비전과 기술만 있으면 된다. 이 카페엔 70세 노인도 있다.

→카페가 도움이 되나.

-사무실 임대료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왜 창업에 나섰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다.

→여기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은가.

-망하지 않는 게 성공이라면 꽤 많다. 나는 살아남는 것 이상을 원한다.

1㎞ 남짓 계속되는 창업 거리에는 창업 카페가 10여개나 있었다. 카페별로 모이는 사람들의 특성도 약간씩 달라 보였다. ‘처쿠 카페’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0대 이상의 촹커들이 주로 이용했다. 인근 ‘3W 카페’는 20대가 주로 찾았는데, 이들의 창업 분야는 인터넷과 IT 쪽이 많았다. ‘빙고 카페’는 외국인들과 유학파들의 보금자리 같았다.

‘3W 카페’에서 만난 왕젠(王劍·29)은 칭화대에서 공상관리를 전공하고 국유은행에서 일하다 지난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 금융회사에 파는 것이 왕젠의 수익모델이다. 현재 은행 3곳, 증권사 2곳과 계약을 맺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금융회사나 소비자 모두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인들도 재테크에 관심이 높고, 금융회사들도 중간 판매 회사를 없애려는 추세여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젠은 동료 3명과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혼자다. 동료들이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분사했기 때문이다. 개방된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동료가 훔친 것 아니냐”고 물으니 왕젠은 노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쪽지들이에요. 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빌릴 수 있어요. 아이디어는 공유하고, 사업은 개척하는 게 이곳의 생존원리입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5-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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