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 편견 상징서 ‘세상 바꾼 261번’

여성 스포츠 편견 상징서 ‘세상 바꾼 261번’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4-18 22:28
수정 2017-04-1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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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 첫 출전 女 스위처 1967년 완주에도 실격 처리돼, 50년 전 번호로 달려…영구 결번

미국 보스턴마라톤에 여성으로는 처음 출전해 레이스 도중 쫓겨날 뻔했던 캐서린 스위처(70·미국)가 17일(이하 현지시간) 50년 전에 달고 뛰었던 번호 261번을 그대로 달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감격을 맛봤다.
1967년 4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스턴마라톤에 여성으로는 처음 출전한 캐서린 스위처(261번)가 레이스 도중 레이스 감독관의 제지를 받자 남자친구 등이 뜯어말리고 있다.  보스턴글로브 자료
1967년 4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스턴마라톤에 여성으로는 처음 출전한 캐서린 스위처(261번)가 레이스 도중 레이스 감독관의 제지를 받자 남자친구 등이 뜯어말리고 있다.
보스턴글로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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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흐른 17일 대회에 당시의 출전 번호와 같은 번호를 달고 결승선에 들어오자 남편과 보스턴육상연맹 관계자가 부축하고 있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50년이 흐른 17일 대회에 당시의 출전 번호와 같은 번호를 달고 결승선에 들어오자 남편과 보스턴육상연맹 관계자가 부축하고 있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뉴욕 시러큐스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던 스위처는 부모의 권고를 받고 1967년 4월 19일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했다. 1897년 창설된 대회에 공식 등록을 하고 출전한 최초의 여성이었다. 3㎞ 지점을 지났을 때 레이스 감독관인 작 셈플 등이 달려와 스위처의 번호표를 찢으려 했고 목덜미를 심하게 낚아채 비명을 질러야 했다. 등록할 때 ‘K.V 스위처’라고 이름에다 이니셜을 섞어 제출해 여성이란 사실을 모르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함께 뛰던 남자친구 등이 셈플을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을 밀쳐냈다. 이 장면들은 고스란히 카메라 앵글에 담겨 여성의 스포츠 참여에 대한 편견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남았다. 스위처는 4시간 20분에 걸쳐 풀코스(42.195㎞)를 완주했지만 주최 측은 실격 처리했고 아마추어 육상연맹은 제명 조치를 내렸다.

낙담하지 않은 그는 캐나다로 건너가 여성 마라톤 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27개 나라에서 여성 수백만명이 뛰는 대회를 조직해 냈다. 이런 노력 덕에 76회째를 맞은 1972년부터 보스턴마라톤은 여성에게 문을 열었다.

1975년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 51분 33초로 생애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이번 121회 대회 전까지 39차례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날 그는 많은 여성이 자신의 번호인 261번을 달고 뛰는 감격을 맛봤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 번호를 영구결번으로 기념하기로 했다. 그의 기록은 4시간30분50초. 50년 전 기록에 10분 처졌을 뿐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04-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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