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수보다 기억에 남는 꾸준한 선수 되고 싶어”
극적인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추추 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2015년을 ‘가장 기억에 남을 해’로 꼽았다.
AFP 연합뉴스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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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매년 새롭게 야구를 배우지만, 올해는 정신적으로 많은 걸 배웠다. 잊지 못할 해였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올해 정규리그 개막 후 한 달간 타율 0.096에 그치는 지독한 부진에 시달렸다.
9월에는 타율 0.404, 출루율 0.515를 기록하며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추신수의 올해 전반기 성적은 타율 0.221, 11홈런, 38타점이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타율 0.343, 11홈런, 44타점으로 부활했다.
시즌 전체 성적은 타율 0.276, 22홈런, 82타점이다.
추신수의 활약 속에 텍사스는 급격하게 승률을 끌어올리며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추신수에게 전환점이 된 순간은 7월 2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였다. 당시 추신수는 아시아 타자 중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했다.
추신수는 “200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을 때도 ‘아시아 선수 최초’라는 기록에 가슴이 뜨거웠다”며 “이번 사이클링히트도 그랬다. ‘사이클링히트를 언젠가는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기록을 달성하니 정말 기분이 좋고, 자부심을 느꼈다. 3루타를 치며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는데 3루까지 들어가는 7초 정도의 시간 동안 전반기 힘들었던 기억이 다 떠올랐다. 가슴에 소용돌이가 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세계 최고 선수가 모이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추신수는 ‘성공한 선수’로 꼽힌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추신수는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천만 달러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아시아 야수 중 최대 연봉 기록이다.
이제 아시아 야수들이 추신수를 보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운다.
추신수는 “나는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 홈런을 많이 치거나, 도루를 많이 하지 못한다. 그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선수일뿐이다”라고 자신을 낮추며 “박찬호 선배님처럼 꾸준하게 오래 뛰면서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대단한 선수보다는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먼저 미국 무대를 밟은 선배, 고액 연봉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추신수는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런 시간이 두 발을 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아프고, 수술하고, 주전에서 밀려나면 이 순간이 끝난 거 같고,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간을 이겨내면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한국인 마이너리거들을 격려했다.
그는 미국에서 뛰지만,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4월 16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전 선수단에 선물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날이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재키 로빈슨 데이’인 탓에 유니폼에 노란 리본을 달지 못했지만 추신수의 마음은 국내에도 전해졌다.
또한 추신수는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추신수는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다. 가슴 아픈 일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이날 추신수는 “언제나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켜 준 아내(하원미 씨)에게 늘 감사하다. 이제 조금 달라진 환경이 됐지만 내가 마이너리거였을 때랑 달라진 것 없는 모습에 감동한다”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이번 휴식기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추신수는 프리미어 12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프리미어 12 출전을 불허해 결국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며 “국가대표로 나서면 야구 외적으로 배우는 게 많다. 또한 내가 받은 혜택(병역 혜택)에 보답하는 길도 국제대회 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온다면 꼭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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