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트라우마 지우개

머릿속의 트라우마 지우개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5-10-01 23:44
수정 2015-10-02 00: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강봉균·김빛내리 교수팀 장기기억 작동 원리 첫 규명 ‘사이언스’ 온라인판 발표

‘영어 단어를 잊어먹지 않고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뇌과학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뇌에서 단백질 생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장기기억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기억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치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우울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서울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나쁜 기억을 지우거나 좋은 기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기억 관련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을 줘 공포를 경험하게 하고 나서 생쥐의 뇌에서 해마를 추출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마 단백질 속 ‘Nrsn1’이라는 유전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쥐는 학습 후 30분에서 4시간 뒤부터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기충격 후 시간이 지날수록 Nrsn1 유전자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Nrsn1 유전자 양이 많아지면 생쥐가 장기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Nrsn1 유전자가 줄어들면 기억이 또렷해진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단백질 생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일부 단백질은 오히려 억제돼야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기억 관련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10-02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