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 중국도 인정…직접 차단 연구해야
최악의 미세먼지 대응 ‘서해안 차단벽’막대한 설치 비용 때문에 결국 무산
지금이라도 미세먼지 차단 기술 개발해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의 월드컵 분수대에서 물을 쏘아올리는 모습. 연합뉴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최근 자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중국도 시인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중국도 미세먼지가 심각해 국민 불만이 많고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적 입장도 있어 장관이 굉장히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넘어오는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현 시점에선 급선무인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을 낮추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한 국책연구기관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직접 서해안에서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기관은 실제 모의실험까지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것으로 밝혀져 연구는 실패로 끝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미세먼지 집진기술 전문가인 박현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은 지난해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벽 구축기술 개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세먼지 차단벽은 대형 고압분사기(워터젯)로 바닷물을 쏘아 올리거나 바닷물을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켜 ‘미세물입자’로 만든 다음 대형 송풍기로 밀어올려 인공 구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m 길이의 긴 막대기 모양의 모의실험 기구를 만들어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먼지 저감효율이 18~6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당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의 ‘월드컵 분수대’를 비용 모델로 삼고 분석을 시작했다. 월드컵 분수대에는 소요 전력이 1.1㎿인 물펌프 3개가 설치됐고 분당 31t의 물을 높이 200m까지 분사한다. 건설 비용은 78억원이었다. 분석 결과 가로 200m, 세로 200m의 면적에 수분이 공급돼 높이 200m 아래를 통과하는 기류에 포함된 미세먼지 92%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이 모의실험용으로 만든 미세물입자 분사장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건설비용이었다. 고압분사기 방식은 무려 1조 8000억원, 미세물입자 송풍 방식은 2조 3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필요 전력은 각각 330㎿, 750㎿였다. 330㎿는 중형 화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현실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려면 시설비는 1500억원 이하, PM10 저감효과는 30% 이상이어야 하지만 효과는 낮고 비용은 너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도 “미세먼지 차단벽 기술은 환경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어서 향후 혁신적인 기술 방안을 확보했을 때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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