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저출산 등 왜곡된 시선에 매너 없는 엄마 지칭 속어 남발
“사회적 배려·인프라 확대 절실” 엄마들의 육아예절 소홀 지적도전업주부인 박모(36)씨는 지난달 27일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6살배기 아들이 시설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다른 부모들도 주의하라는 뜻에서 사연을 육아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되돌아온 것은 ‘맘충’(엄마+벌레)이라는 비난 세례였다. “치료비를 타 내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힐난에 박씨는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충(蟲) 혐오증’ 가운데 ‘맘충’ 논란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육아’, ‘여성상’, ‘모성애’ 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오롯이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초보 엄마들의 ‘진상짓’이 야기된 것은 가족 체제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가족 체제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친인척의 육아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누구나 기본적인 ‘육아예절’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가정 내 ‘육아예절’ 교육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출산율 저조로 한 자녀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권리 의식이 강화된 결과라는 진단도 있다.
맘충 논란이 심화되자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입장이 불가능한 ‘노키즈존’(No Kids Zone)도 생겨났다. 일부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4살배기 딸 엄마인 하모(32·여)씨는 최근에만 2번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5일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통해 느낀 불쾌감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공유되면서 편견이 강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맘충 혐오증’이 ‘마녀사냥’과 닮아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엄마까지도 ‘맘충’으로 싸잡아 비난받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형적인 낙인 현상”이라고,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혐오 현상의 결정판”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맘충’ 논란이 출산율 저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영주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엄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성들을 더 위축시켜 출산을 꺼리게 할 수 있다”면서 “초보 엄마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함께 공공장소 내 육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7-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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