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줄어든 육영수 생가 방명록에 “힘내라” 격려 글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외가인 충북 옥천 육영수 생가는 인적 없이 썰렁했다.

생가를 관리하는 옥천군청 직원 조도형씨는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지만, 탄핵정국 속에 방문객이 급격히 줄었다”며 “오늘은 평소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0여명만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객들은 대체로 박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라며 “방명록에 남긴 글에도 육 여사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박 대통령을 격려하는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출입문 옆에 놓여있는 2권의 방명록에서는 ‘안타깝다’, ‘힘내라’는 글이 이어졌다.

탄핵안 가결을 TV로 지켜본 인근 주민들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가 바로 뒷집에 사는 홍은표 할머니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오늘 상황을 하늘에서 지켜봤을 육 여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끝을 흐렸다.

마을 이장 한봉수씨도 “마지막까지 추앙받는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제는 대통령 외가 마을이라는 자랑도 할 수 없게 됐다”고 거들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정태영씨는 “국정 실패 책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아무리 외가 동네라 해도 무조건 대통령을 감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씨 종친들은 박 대통령 탄핵이 육 여사 추모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육 여사 생일에 맞춰 열린 탄신제도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 속에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옥천 육씨 종친회장인 육대수씨는 “대통령 문제로 인해 어머니 육 여사의 숭고한 나라사랑과 봉사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탄핵 여파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