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사고로 치매악화”…‘길거리 동사’ 업무재해 인정

“근무 중 사고로 치매악화”…‘길거리 동사’ 업무재해 인정

입력 2016-10-30 10:23
수정 2016-10-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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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환경미화원 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소송 이겨

근무 중 당한 교통사고로 치매 증상이 악화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의 남편 김모씨는 서울 동작구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 2012년 5월 새벽 택시에 들이받혔다. 뇌를 크게 다친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승인을 받아 장기간 입원·통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전 치매 의심 진단을 받았던 김씨는 사고 이후 기억력이 더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져 자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김씨는 2014년 2월 초 새벽 집에서 사라졌고 이튿날 약 2㎞ 떨어진 곳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시신 부검 결과 김씨의 사인은 동사로 추정됐다. 치매 증상이 있는 김씨가 길을 잃고 영하의 기온에서 장시간 노상에 방치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씨가 업무 중 당한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치매가 직접 사인이 될 수도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상 사고가 사망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 해도 업무상 사고로 인해 기존 질병이 자연 경과속도 이상으로 악화해 사망했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비록 치매 증상이 있긴 했어도 교통사고 전까지 업무를 정상 수행했고 일상생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당시 입은 뇌출혈이 뇌 손상을 유발했는데 이것이 치매 증상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치매 증상이 있는 망인이 길을 잃고 헤매다 동사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은 사고 당시 59세였고 사망 당시 61세였으므로 상대적으로 고령은 아니었다”며 치매 증상이 자연적 경과로만 악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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