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 38.7% 급경사…탐방로 졸속 개설 탓 안전 시설물 미흡
46년 만에 일반에 개방된 설악산 오색지구 주전골 만경대의 비경을 만끽하려는 인파가 연일 몰리면서 산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26일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와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방된 이후 현재까지 만경대 구간에서 모두 10건의 산악사고로 9명이 다쳤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께 양양군 서면 오색리 만경대 구간 탐방로에서 산행 중이던 A(69·경기 김포)씨가 10m 아래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11시 9분께 만경대를 등반 후 하산하던 70대 노인이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또 지난 11일 오전 11시 46분께는 만경대 탐방로에서 굴러떨어져 B(53)씨가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만경대 탐방로의 산악사고는 대부분 하산길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 개방된 만경대 탐방로는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 주차장∼만경대 삼거리∼만경대∼약수터 탐방지원센터(주전골 입구) 2㎞에 이른다.
소요 시간은 1시간 10분이다. 이 구간의 평균 경사도는 27.3%다.
3.2㎞ 구간 주전골 탐방로(오색약수∼선녀탕∼용소삼거리∼용소폭포)의 평균 경사도가 11.1도인 점을 고려하면 내리막이 매우 가파르고 험난한 셈이다.
무엇보다 산악사고가 집중되는 하산길인 만경대 삼거리∼약수터 탐방지원센터(주전골 입구) 700m 구간의 경사도는 무려 38.7도에 이른다.
직각의 급경사를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라는 게 만경대 탐방로를 다녀온 행락객들의 소감이다.
하지만 지난 1일 개방에 맞춰 급하게 탐방로가 임시로 개설된 탓에 철제 계단이나 난간 등 급경사에 걸맞은 안전시설은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흙을 쌓아 다진 목재 계단이 전부다.
이 때문에 만경대의 비경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에 산행에 나선 등산객은 하산길에 넘어지거나 미끄러지기 일쑤다.
자칫 무리한 산행으로 이어져 심장 통증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산객도 속출한다.
실제 만경대 탐방로는 비가 내려 기상이 악화한 지난 23일과 25일 각각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입산이 통제됐다.
가뜩이나 내달 15일까지 한시적 개방이다 보니 만경대의 비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국 각지의 고령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관광버스를 이용해 대거 찾아 산악사고에 쉽게 노출된다.
관광버스가 수시로 등산객을 나르면서 뒤에 떠밀려 쫓기듯 한 하산하는 때도 잦아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다.
만경대 개방 이후 평일 6천∼8천 명, 주말에는 1만 명이 넘은 탐방객들이 몰려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관광버스를 이용한 상업적 모집으로 온 고령의 탐방객이 많아 안전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며 “임시 탐방로인 만큼 급경사 구간 추락·낙상 등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경대 탐방로 이용 시 등산화 등 등산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앞사람과의 적정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안전사고 발생 시 119등에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만경대 탐방로의 졸속 개설로 안전사고는 물론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충분한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졸속으로 임시 탐방로를 개설하다 보니 사고가 잦은 것”이라며 “밀려드는 등산객들로 탐방로 토양 유실이나 주변 지표식물이 사라지는 등 환경훼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만경대 탐방로는 46년간 생태보전을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다가 지역주민들의 요청으로 지난 1일 개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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