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풍언씨 수감생활 도운 회사 前직원 패소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에게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주고 변호사와 연락하도록 도와주는 정도의 조력 활동은 ‘전문적인 용역’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이에 따라 법원은 옥바라지 대가로 받은 돈은 사례금으로 봐야 하며, 이 돈 전체에 소득세를 매긴 과세 당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대우정보시스템 전 직원 A씨가 “종합소득세 26억9천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대우정보시스템 팀장급 직원이던 A씨는 2008년∼2009년 이 회사 실질적인 최대주주였던 고(故) 조풍언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자 옥바라지에 나섰다. A씨는 조씨와 가족 및 변호사들 사이의 연락과 재판에 필요한 자료 수집은 물론 구치소·병원생활을 지원하는 일을 도맡았다.
도움을 받은 조씨는 2009년 A씨에게 ‘변호사 조력 등 역할의 대가’라며 회사 주식 215만7천여주를 양도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줬지만, 이후 두 사람은 주식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다. 민사소송까지 가는 다툼 끝에 두 사람은 조씨가 A씨에게 주식 대신 75억원을 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다. A씨는 2013년 2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
세무 당국은 A씨가 받은 돈이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인 ‘사례금’이라고 보고 2013년 9월 소득세를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이의신청과 조세심판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주된 쟁점은 A씨가 받은 돈이 사례금과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대가’ 중 어떤 쪽인가였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금액 중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인적용역’은 강연료와 해설료·심사료, 변호사나 회계사 등이 전문지식을 활용해 받은 보수 등이다.
A씨는 자신이 조씨에게 인적용역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맡은 일은 조씨와의 친분에 의해 옥바라지나 변호인 사이에서 재판에 필요한 자료 등을 전해주는 것에 불과해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갖춘 인적용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는 옥바라지 과정에서도 급여를 받았고, 옥바라지에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받은 돈은 객관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거액이라서 조씨와의 친분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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