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명목 전세 보증금에서 92만원 안돌려 줬다가 패소
2011년 9월 A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당시 유행하던 반전세로 얻었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만원.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주위가 산이라 공기도 맑고 전망도 좋은 집이었다.A씨는 그해 12월 바로 입주했다. 추운 겨울에는 수도가 동파되기도 했지만 집주인이 고쳐줬다. 그렇게 2년을 지낸 A씨는 다른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이 보증금 2억원 중 100만원은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했다. 집주인은 A씨가 집을 험하게 사용해 원상복구 비용이 필요하다며 1억9천900만원만 돌려줬다.
집주인은 “A씨가 세들어 사는 동안 집 수도관이 동파되고 인근 집으로 수돗물이 스며들어 피해가 발생했다”며 “전등도 파손되고 벽에 붙인 스티커를 떼다가 벽지도 훼손된 만큼 수리비와 도배비를 공제해야겠다”고 했다.
A씨는 “전등은 실수로 부순 게 맞으니 물어주겠지만 나머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꿈쩍하지 않자 못 받은 보증금 100만원에서 전등수리비 8만원을 뺀 92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집주인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고 “피고가 9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베란다 격실이 홑창이라 수도동파가 자주 일어나 원고 집에 동파가 났을 때도 다른 집 3∼4곳도 동파를 겪었다”며 동파가 아파트 구조의 문제인 만큼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집주인은 “세입자 관리 소홀로 동파가 일어난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아파트의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 집주인이 수도관 동파가 안 되도록 적절한 관리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그랬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벽지 훼손도 “주택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세입자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집을 반환할 때 통상 수준을 넘는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는 없었던 만큼 보증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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