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찰의 일제 음주단속이 중단되자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간 큰’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5년차 대리운전기사인 김모(38)씨는 22일 “이달 들어 오후 10시~밤 12시 서울 강남역과 신사역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수입은 메르스 발생 이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는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저녁 술자리 모임이 줄어든 것 못지않게 음주운전자가 늘어난 것도 대리기사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대치동으로 빠지는 길목이나 역삼세무소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지난 2주 동안은 단속을 한 번도 못 봤다”며 “경찰이 단속을 안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주당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수원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윤모(59)씨의 목격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씨는 “금요일과 토요일은 성인 나이트클럽 앞에서 기다리면 손님을 태울 수 있는데 요즘은 자기 차를 끌고 귀가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3일 각 지방청에 ‘메르스 감염이 우려되는 기존 검문 방식 형태의 음주단속을 중단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경찰은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방식이 변경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일제검문식 단속은 일시적으로 자제하고 명백히 음주 차량으로 의심될 때만 선별해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차를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따라가거나 과도하게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차, 차선을 넘어 운행하는 차 등 비정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만 골라서 단속하는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전체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크게 감소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15일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6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1025건) 41.2% 감소했다. 그러나 경남도의 경우 이달 들어 19일까지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단속 방법을 변경하면서 도로를 차단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법을 어기는 운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메르스가 누그러지는 추이를 본 뒤 지방청별로 불시 음주단속부터 시작해 전면적인 일제검문식 단속도 재개할 방침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5년차 대리운전기사인 김모(38)씨는 22일 “이달 들어 오후 10시~밤 12시 서울 강남역과 신사역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수입은 메르스 발생 이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는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저녁 술자리 모임이 줄어든 것 못지않게 음주운전자가 늘어난 것도 대리기사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대치동으로 빠지는 길목이나 역삼세무소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지난 2주 동안은 단속을 한 번도 못 봤다”며 “경찰이 단속을 안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주당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수원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윤모(59)씨의 목격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씨는 “금요일과 토요일은 성인 나이트클럽 앞에서 기다리면 손님을 태울 수 있는데 요즘은 자기 차를 끌고 귀가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3일 각 지방청에 ‘메르스 감염이 우려되는 기존 검문 방식 형태의 음주단속을 중단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경찰은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방식이 변경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일제검문식 단속은 일시적으로 자제하고 명백히 음주 차량으로 의심될 때만 선별해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차를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따라가거나 과도하게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차, 차선을 넘어 운행하는 차 등 비정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만 골라서 단속하는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전체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크게 감소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15일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6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1025건) 41.2% 감소했다. 그러나 경남도의 경우 이달 들어 19일까지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단속 방법을 변경하면서 도로를 차단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법을 어기는 운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메르스가 누그러지는 추이를 본 뒤 지방청별로 불시 음주단속부터 시작해 전면적인 일제검문식 단속도 재개할 방침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5-06-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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