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고 일 못하고 후원 줄고…취약계층 메르스 ‘삼중고’

못 먹고 일 못하고 후원 줄고…취약계층 메르스 ‘삼중고’

입력 2015-06-15 15:26
수정 2015-06-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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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무료급식소 메르스 여파로 휴관일용직 일자리 ⅓ 감소…음주 줄어 대리기사도 직격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노인과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취약계층은 메르스 감염 위험 노출과 함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무료급식소가 속속 문을 닫아 이곳에서 하루 한 끼를 해결하던 사람들이 당장 먹는 문제에 봉착했다.

메르스의 진원지인 경기 평택지역에는 하루 평균 1천500명이 이용하던 5개 복지관 급식소의 운영이 지난 4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주민센터에서 매주 수요일 400인분이 제공되던 무료급식은 메르스의 여파로 최근 잠정 중단했다.

19년 동안 청주 중앙공원에서 무료 급식행사를 진행해 온 불교 봉사단체 봉우회는 메르스 전파 우려로 7일부터 2주 연속 배식을 취소했다.

전북에서도 메르스 우려로 전주 노송촌노인복지관, 안골노인복지관, 김제 사회복지관, 순창 노인복지센터에서 급식을 중단했다.

지역 첫 메르스 확진자가 사망한 부산에서는 남구복지관이 오는 22일까지 무료급식 형태의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부산 지하철 구서역에서 소규모 단체들이 번갈아가면서 운영해오던 무료급식도 잠정 중단됐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대구 달성·두류공원에서 1천여명을 상대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던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는 지난주 급식을 중단했다.

서울에서도 노인복지센터 운영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설 급식소로 노인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사설급식소조차 메르스 우려로 하나 둘 무료급식을 중단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이 찾던 종로구 인사동 사설 무료급식소인 명휘원은 15일부터 1주일 동안 무료급식을 중단할 예정이다.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는 주 3회(화목토) 무료급식을 하고 있지만 메르스 우려로 지난 11일부터 급식을 하지 않고 있다.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들이 메르스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따가운 시선이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천 부평구에는 지난 5일부터 메르스의 여파로 부평역, 동암역, 문화의 거리 등지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40∼50명에 대한 관리를 해달라는 민원이 늘었다.

”노숙인들을 격리해달라”, “노숙인들의 위생관리를 해달라”, “병원에 데려가 검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이 주된 민원 내용이다.

구 관계자는 “강제로 이들 노숙인을 격리하거나 씻기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민원대로 대처할 수 없다”며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나온 현상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도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영등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는 메르스의 여파로 쪽방촌 주민 후원 행사가 뚝 끊겼다.

당장은 지원이 끊기는 상황은 아니지만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의 생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후원 취소가 아니라 일단 연기인 상태라 지금 당장 문제가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메르스 사태가 더 오래가면 밀집지역인 만큼 전염 위험과 함께 생활고도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여파가 인력시장에도 미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메르스가 식당이나 카페, 토목 건설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일용직 인력 수요도 많게는 ⅓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의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최근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단기 일자리가 줄었지만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며 “이 일을 한 지 32년이 됐지만 이 정도로 일자리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제적 취약 계층이 주로 종사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은 밤새 대기해도 ‘콜’ 한 번 받기가 쉽지 않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심야 시간 서울 강남 등 유흥가에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술 마시는 사람들이 없어 메르스 유행 전보다 30∼40% 수준으로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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