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상처 그대로…유족 “진상조사하고 위령비 건립해야”
“치매를 앓으신 아버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영영 잃어버렸네요”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을 찾은 50대 딸은 검게 그을린 침대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요양병원에 모신지 1년도 안돼 불의의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딸은 요양병원이 집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셨지만 결국 영영 보내고 말았다며 자책했다.
2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1주년을 맞아 유족 50여명이 고인들의 명복을 빌려고 다시 참사 현장을 찾았다.
별도의 추모 행사 없이 장성군이 마련한 조촐한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며 속으로 명복을 빌었다.
추모행사는 20여분만에 끝났다. 가슴을 울리는 추모사도 돌아가신 부모를 부르는 통곡도 없었다.
희생자들의 명단이 적힌 펼침막 외엔 조화조차 하나 없는 초라하고 쓸쓸한 추모식이었다.
추모식을 마친 유족 10여명은 흰 국화를 들고 참사 현장을 찾았다.
1년이나 지났지만, 검게 그을린 침대와 벽, 어지럽게 흩어진 가재도구가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유족들은 침대 위에 국화를 하나씩 올리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참사 이후 불을 지른 80대 방화범은 숨지고, 병원 책임자도 구속되면서 병원 문도 닫았지만, 여전히 유족들의 가슴에는 상처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병원 인근 공원에 위령비를 건립해줄 것을 장성군에 요청했다.
장성실내체육관에 있던 유족 사무실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로 옮겨야 해 다른 장소를 제공해줄 것도 함께 요청하고 나섰다.
이광운(46) 장성요양병원화재 유가족비상대책위원장은 “억울하게 숨져간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지금부터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령비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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