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힌두교 사원서 만난 네팔인 디팍 나라야나
“지금 우리는 (힌두교의 최고신)크리슈나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어요. 고통에 빠진 동포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네팔인 디팍 나라야나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힌두교사원에서 더 많은 네팔인들이 대지진 현장에서 구조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나라야나는 지진 발생 하루가 꼬박 지난 26일에야 카트만두에 사는 여동생과 연락이 닿았다. “하루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밤을 꼬박 지새웠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계속 기도를 했습니다. 가족과 동포들이 무사하게 해달라고요.” 다행히 나라야나의 부모와 두 동생은 목숨을 건졌다. 여동생과 남동생은 카트만두의 구조현장 등에서 배식과 청소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내 가족이 안 다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지금은 모두 힘든 상황이니까요.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더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것 같아요.” 통화량이 많은 탓에 한국에서 네팔로의 전화 연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진이 이어진다는 보도에 가족의 안부가 걱정되지만, 무기력하게 카트만두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려야 한다. 예배 중 여동생 전화가 걸려왔지만 30초 만에 끊었다. 그는 “우리가 오래하면 다른 사람들이 통화를 못 한다. 현지 상황을 모르니 ‘괜찮니’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나라야나와 함께 예배를 본 카말라 로이(50·여·인도)는 “참혹한 현지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인도의 가족들에게 들으니 카트만두에 텐트, 이불, 의약품 등이 부족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글 사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5-04-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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