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진 사회부 기자
안건을 낸 사무처 측은 정부안 가운데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 가능 업종 확대 방안은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고용안정 대책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및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 기준 마련 방안 등은 해고남용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원위에 참석한 위원 8명(위원장 제외) 중 5명이 의견 표명을 미루고 다음 전원위 때 다시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벌써 두 번째 연기입니다.
지난 2일 상임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이날 전원위에 상정했는데, 또 결정을 미룬 것입니다.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 상임위원은 “정부안은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한 안인데, 협상이 결렬됐으니 그대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비상임위원은 “노사정위원회가 완전 결렬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은 인권위 위원들의 안일한 현실 인식을 드러냅니다. 지난 8일 한국노총은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및 취업규칙 변경 기준 마련 등을 독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인권 침해 가능성을 안고 있는 정부안이 실제 시행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위원들은 정부 눈치만 보면서 ‘의견 표명이 섣부르다’는 태평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한 비상임위원은 “진행 중인 사안에 인권위 견해를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권위는 도대체 언제 의견을 내놔야 합니까’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입니다. 오로지 인권의 잣대로 판단하고 독립적인 의견을 내야 합니다. 조심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나라 안팎에서 받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인권위원들이 정부 눈치만 보고 침묵할지 걱정됩니다.
오세진 사회부 기자 5sjin@seoul.co.kr
2015-04-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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