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지도점검 결과…잘못된 관행 반복, 예산 제멋대로 사용
수십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직원을 채용할 때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조직위 예산을 마음대로 지출하고 초청작 선정이 투명하지 못한 등 각종 문제점이 부산시 지도 점검에서 확인됐다.
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지도점검 결과’ 자료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총체적 부실운영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는 매년 60억원 안팎의 예산을 영화제에 지원하고 예산과 운영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인다.
지난해에도 12월 1일부터 5일 간 2012∼2014년 영화제 운영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영화제 조직위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인사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영화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직원 17명(정규직 8명, 특채 포함 계약직 9명)을 채용했는데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고 단기 스태프나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던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 직원 채용 때 신원보증과 결격사유 조회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에게 이를 보고하도록 한 규정도 위반했다.
직원 채용과 관련한 문제는 2011년 점검에서도 지적됐지만 조직위는 개선하지 않았다.
프로그래머 등 전문직을 돕는 전문위원을 위촉할 때도 규정이 무시됐다.
영화제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위촉한 13명의 전문위원 가운데 3명은 전문직의 업무수행으로 분류되지만 나머지 10명은 전문 분야라기보다는 영화제와 관련된 일반적인 분야로 굳이 위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위원은 조직위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이후 전문위원으로 재위촉 되기도 했다.
영화제가 폐막해 자문이 끝났는데도 매월 100만원을 받았고, 활동실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도 단편영화제에서 200만원을 받은 전문위원도 있었다.
이들 10명에게 지난해 지출된 돈은 1억8천750만원에 이른다.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매달 20일을 부산에서 보내면서도 출장비 1천400만원을 받았다.
해당 직원은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승인 없이 부산 출장 기간 모 대학교에 출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제 조직의 예산집행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적발됐다.
조직위는 팀장 한 명에게 마케팅활동에 필요한 품위 유지비 지원을 이유로 2013년부터 매월 20여만원을 지급했는데 이 돈은 해당 팀장의 의상, 화장품, 액세서리를 사는 데 쓰였다.
또 다른 직원은 업무추진비로 개인차량에 기름을 넣거나 개인적인 업무로 택시를 탈 때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매달 20일에 받는 급여를 10차례나 앞당겨 받은 직원도 있었다.
특히 조직위의 한 간부는 특정 영화 촬영장에 들러 영화제 예산으로 촬영스태프 52명에게 음식을 대접해 420만원을 부당하게 지출했다.
조직위는 또 2013년 영화제 때 옥외홍보물을 설치하면서 한 업체와 6억490만원에 계약했지만 설계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38%나 증액된 8억3천478만원을 집행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영화제 때도 옥외홍보물 설치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애초 계약금액은 7억2천890만원이었지만 조직위는 나중에 8억1천750만원을 지급했다.
이 문제 역시 2011년에도 지적됐지만 조직위는 개선하지 않았다.
2012년 영화제 때는 초청한 손님이 호텔에 투숙하지 않아 1천460만원의 위약금을 물었는데 하루 전에만 파악해 객실 예약을 취소했다면 위약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시는 지적했다.
초청작 선정도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으로 지도점검에서 확인됐다.
조직위가 지난해 5천135편의 출품작 가운데 312편을 선정하면서 평가 내용이나 선정 이유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나 선정기준 없이 초정작품을 선정해 상영한 결과 매년 작품성 논란과 정치적 현안으로 쟁점화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시는 지적했다.
시 지도점검 보고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이후 조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이유로 ‘지원은 확대하되 간섭은 최소화’라는 명목하에 그동안 부산시에서 행정지도 및 사후 감독을 소극적으로 한 게 사실”이라면서 “관련 규정의 위반 및 미이행에 따른 조직위 자체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책임을 묻고 정관 및 관련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지도점검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부산시에 자료를 충분히 제출해 소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영화제 조직위는 최근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시의 사퇴압박 논란이 일자 “시로부터 조직혁신 방안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고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바 없다”면서 시의 조치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조직위는 이달 9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상벤처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부산영화제는 연간 121억5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이 중에는 부산시 예산 60억5천만원과 국비 14억6천만원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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