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못 지켜줘 미안했는지… 아들 생일에야 돌아왔네요”

“제자들 못 지켜줘 미안했는지… 아들 생일에야 돌아왔네요”

입력 2014-05-16 00:00
수정 2014-05-1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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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돌아온 단원고 김응현 교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했던지 30일간 못 나오던 남편이 막내아들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이제야 돌아왔나 봅니다.”

스승의 날인 15일, 경기 안산의 한 장례식장. 국화 대신 카네이션을 영정사진 앞에 내려놓은 10대 소녀들은 사진 속 선생님의 온화한 얼굴과 마주치자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흐느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아빠’로 불릴 만큼 따뜻하고 아이들을 끔찍이 아꼈던 2학년 8반 담임교사 김응현(44)씨의 시신이 전날 세월호에서 뒤늦게 발견돼 이날 빈소가 마련됐다.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지 아내 최모(44·교사)씨는 핏기 하나 없이 지친 얼굴이었다. 그래도 차분한 목소리로 “애들 아빠가 작은아이 생일을 같이 축하해 주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14번째 생일날,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곁에서 지키던 막내아들(중학교 2학년)을 생각해 애써 힘을 낸 것이다.

최씨는 “한 달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남편을 기다리느라 속이 새까맣게 탔지만 아들들에게는 ‘아빠가 헛되이 가신 게 아니니 자랑스럽게 여기고 아빠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해 왔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전날 김 교사가 발견된 장소는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4층 선실이다. 빈소를 찾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수영 실력이 뛰어난 김 선생님이 침몰하는 배에 학생들을 두고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7년간 경기 수원 매향여자정보고에서 과학을 가르쳐 온 김 교사는 올해 3월, 남학생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며 자진해서 단원고로 옮겼다. 전근 간 지 두 달도 채 안 돼 2학년 수학여행 지도교사로 함께 승선했다가 화를 당했다. 최씨는 “남편이 남자 반인 8반 담임을 맡은 이후 매일 저녁 늦은 시간에 퇴근하며 피곤해했지만 ‘단원고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착하다’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가 오랜 기간 몸담았던 매향여자정보고 학생들은 마른 체형의 그를 ‘멸치쌤’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오후 2시쯤 매향여자정보고 제자 30여명이 카네이션을 들고 조문했다. 동료 교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함용복(49·매향여자정보고 교사)씨는 “김 선생님은 늘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분”이라며 “3월 말 환송회에서 새로운 학교와 제자들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환하게 웃던 김 선생님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안산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안산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5-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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