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맹수탈출에 인근주민 불안…안전대책 요구농장주 “동물보호단체가 판로막아 시설개선 자금없어”
3일 반달가슴곰 탈출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용인시 곰 사육농장에서 과거 3차례나 탈출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3일 오후 10시 20분께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새끼곰 한 마리가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포획됐다. 한살짜리 이 곰은 다친데 없이 원래 사육장으로 돌려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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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맹수탈출 사고에 인근 주민들은 당국에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20분께 용인시 처인구 김모(65)씨의 곰사육농장에서 탈출한 1년생 반달곰(40㎏)이 인근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마취총을 쏴 곰을 포획한 뒤 농장에 넘겨줬다.
지난해 7월에는 이 농장에서 반달곰 2마리가 탈출했다가 이틀만에 모두 사살됐다.
당시 김씨는 경찰에서 “발정기를 맞아 암컷 3마리와 수컷 1마리를 같은 사육장에 합사시켰는데 서로 쇠창살을 밀치는 과정에서 문고리에 묶어놓은 철사가 풀린 것 같다”고 진술했다.
탈출한 반달곰들은 6년생 암컷(70㎏)으로 발정기를 맞아 예민한 상태였다.
이에 앞선 같은해 4월에는 이 농장에서 탈출한 2년생 반달곰(40㎏)이 한 등산객의 다리를 물어 상처를 입힌 뒤 달아났다.
이 곰은 우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에는 반달곰 2마리가 탈출해 1마리는 사살되고 1마리는 포획되기도 했다.
잇단 맹수탈출 사고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 이번에는 아파트에까지 곰이 나타나자 주민들은 당국에 안전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정모(47·용인시 이동면)씨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곰이 민가 근처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도 불안한데 탈출사고가 잇따르니 너무 무섭다”며 “맹수 사육농장의 안전기준을 확실하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05년 사육 곰에 대한 관리 지침을 만들어 연 2회 정기점검 등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농장이 작성하는 관리카드에 상당수 의존하다보니 농장이 지침을 위반해도 제재근거가 미흡해 관리가 허술한 곳이 많다는 게 문제다.
농장주 김씨는 “탈출사고가 잇따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육용 반달곰은 10년생 이후부터 허가를 받아 도축이 가능한데 요즘엔 동물보호단체들이 당국에 압력을 가해 판로가 막히면서 자금난 탓에 시설을 개선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판로를 열어주든가, 환경부가 아니라면 지방자치단체에서라도 농가에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농장에서 사육되는 반달곰은 천연기념물(제329호)로 지정된 자생종이 아닌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래한 외래종이다.
2001년부터 운영돼 온 김씨의 농장에는 114마리의 반달곰이 사육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10년 말 기준 웅담채취용 992마리와 동물원 전시용 180마리 등 1천172마리의 곰이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집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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