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번개탄 자살…無고통ㆍ유명인 영향탓인듯

잇단 번개탄 자살…無고통ㆍ유명인 영향탓인듯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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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베르테르 효과’ 등 차단할 대책 시급”

최근 번개탄 또는 연탄을 이용한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4일 오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안양천변 인근에서 서울 양천구 한 의원이 승용차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여자친구의 자살 사건을 겪은 가수 손호영씨가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했다. 손씨의 여자친구 역시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뒤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에는 충북 제천시 한 펜션에서 남녀 3명이 번개탄을 피우고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번개탄이나 연탄을 이용한 자살 통계를 따로 잡지는 않아 이런 방법으로 자살한 이들이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와사(瓦斯·가스) 중독’이라는 범주 안에 연탄가스 중독에 따른 자살자가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가스 중독에 따른 자살자는 2007년 66명에 불과했으나 2008년 262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2008년 탤런트 고(故) 안재환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자 모방 자살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스 중독 자살은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2009년 721명, 2010년 641명에 이어 2011년에는 1천125건으로 2007년 66명에 비해 무려 17배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연탄가스 중독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고통이 덜해 두려움을 낮추는 자살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실제 연탄가스 중독으로 자살하는 많은 이들은 미리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한 뒤 연탄불을 피우고 잠든 상태에서 숨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포털 등에는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면 고통이 없나’ 등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다. 고통이 없다는 점이 연탄가스 중독 자살의 주된 이유임을 방증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은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손쉽고 덜 무서운 방법’이라는 나름의 믿음이 있다”면서 “두려움과 무서움을 최소화할 방법을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초 자살을 마음먹은 이들이 유명인들의 사례를 보고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연탄가스 자살 증가의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살 방법론에서는 그 방법이 얼마나 치명적인가가 중요하다”며 “자살을 망설이는 이들이 유명인들의 사례를 보고 연탄불로 자살을 시도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탄이나 번개탄을 시중에서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만큼 자살에 이용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번개탄의 구입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연기를 마셨을 때의 피해를 설명한 글 또는 그림을 제품에 명기해 ‘번개탄은 손쉽고 편한 자살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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