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점 총기보관 무기고 청원경찰 4명이 관리
지난 18일 하남에서 발생한 엽총 사망사건을 계기로 경기도종합사격장의 허술한 총기관리실태가 드러났다.사격장 관리·운영을 맡은 경기도체육회는 총기 입·출고 방법 변경 등 뒤늦게 개선책 마련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 경기도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는 자체 감사팀을 꾸려 경기도종합사격장의 부실 총기 대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8일 하남시 미사리동 한 공터에 정차된 이모(62)씨 소유의 차 안에서 이씨와 박모(52·여)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도사격장의 엽총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건 전날인 17일 오후 1시5분께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총포사 사장의 도움으로 도종합사격장에서 타인 명의의 엽총을 빌렸다.
총포사 사장이 사격장 무기고관리 청원경찰에게 “이씨가 가면 엽총을 빌려주라”고 부탁하자 이 청원경찰은 아무런 의심없이 총을 이씨에게 내주었다.
사격장에서 보관하는 총은 외부로 반출할 수 없으며 당일 오후 6시까지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총을 빌리자마자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사격장을 빠져나갔고, 이 총은 이씨와 박씨의 사망사건에 사용됐다.
’아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엽총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경기도종합사격장은 권총과 엽총 등 800여점의 총기를 보관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하루 200여명, 연간 6만5천명이 방문할 정도로 외부인의 출입이 많아 늘 총기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무기고를 관리하는 직원은 청원경찰 4명이 고작이다.
이들도 2인 1조로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실제는 2명이 800여점 총기의 입·출고를 관리하는 셈이어서 제대로된 관리가 어려운 형편이다.
총기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없다.
2012년 5월 11일 개정된 경기도종합사격장 운영 조례가 있긴 하지만, 사용허가나 사용료, 사고책임 등에 관한 내용이 전부다.
이에 따라 경기도체육회는 총기 입·출고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세부대책을 마련중이다.
무기고에서 사용자가 총기를 받아 사대까지 이동하는 지금의 방식을 바꿔 사대에서 총을 받아 쏜 뒤 그 자리에서 반납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또 본인 명의의 총기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지 못하도록 총기관리 지침을 강화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총기가 외부로 유출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그에 맞는 자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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