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 차원”→”단서 나오면 수사” 태도 진전 李·鄭 입 다물면 불발…대선자금 전반은 힘들듯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의 가능성을 열어놨다.이로써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치는 데서 시작된 이번 수사의 불똥이 대선자금으로 옮아붙을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도 ‘대선자금 수사는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온 검찰이 상황에 따라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팀의 행보가 주목된다.
검찰이 실제로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할지, 어느 선까지 캘지는 미지수이지만 5개월 남짓 앞으로 닥쳐온 대선 정국에 대선자금 문제가 휘발성 강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수사의 초점을 두 정치인의 ‘개인비리’에 맞춰왔다.
그러나 이들의 구속영장에 두 사람이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이 알려지자 대선자금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도 의미있는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이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함께 있는 자리에서 부정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기보다는 당시 추구했던 공동의 목표인 대선을 치르는 데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임 회장 역시 “선거에 도움을 주려 돈을 줬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9일 대선자금 수사로의 확대 여부에 대해 “구속한 뒤 추가로 새로운 게 나오면 새로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나온 것을 덮고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으로 쓰였으면 들여다볼 것”이라며 “근거가 있고 단서가 있다면 (대선자금 수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한 게 수사의 끝을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는 두 사람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부정한 자금을 받은 개인비리를 밝혀내 사법처리하는 단계에 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돼 신병을 확보하고 나면 기소 전까지 추가 수사를 통해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용처를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검찰의 입장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바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입’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임 회장으로부터 현금을 받았기 때문에 공여자 진술과 여러 정황에 비춰 금품 수수 사실은 어느 정도 입증이 가능해도 그 현금을 어디에 썼는지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전망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뭐가 나오면 대선자금 수사로 가겠지만 이들은 지금 돈을 받은 사실도 부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변수는 있을 수 있다. 정치 역학 관계 또는 감정이 개입된 폭로나 시인 같은 경우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가면서 “정권을 찾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그분들은 다 누렸다.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현 정권 창업공신인 자신이 정권 출범 이후 핵심에서 소외된 것에 대한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앞으로 정 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다.
검찰 수사에서 이들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됐다는 단서가 나오더라도 17대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각 당의 후보경선 등 주요 대선 이벤트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기엔 검찰로서도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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