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선수ㆍFIFA 명함 갖고다니며 4억 알선료 챙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에이전트 자격도 없이 축구선수들을 외국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혐의(사기)로 정모(40)씨를 구속하고 황모(41)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이모(45)씨를 수배했다.
경찰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를 이들에게 소개하고 알선 비용을 받은 김모(42)씨 등 축구 감독과 코치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09년 7월 대학 축구선수 아들을 둔 진모(51)씨에게 “일본 J2리그 프로팀에 입단시켜 주겠다”며 3천200만원을 받는 등 2008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축구선수 부모 16명에게서 알선료 명목으로 4억5천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국가대표 출신인 김동진ㆍ이호 선수를 러시아 프로팀에 입단시켰고 일본 J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현재도 관리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을 꼬드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설기현 선수가 뛰어 한국 선수에게 우호적인 벨기에 프로축구 안더레흐트팀에 메디컬테스트만 받고 입단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고교 선수에게는 축구명문인 수도권 대학 진학을 미끼로 알선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인솔책인 황씨 등은 입단 절차를 빨리 밟게 해달라는 선수들을 영국이나 독일ㆍ일본 등지로 데리고 다니면서 현지 아마추어팀 경기에 참가시킨 뒤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이들은 에이전트 자격이 없는 사실이 들통나자 “경찰에 신고하면 축구계에서 매장된다. 여기서 끝내고 아들 축구인생 망칠 거냐”며 협박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빌린 돈이라고 진술하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K2 리그에서 뛰던 한 선수는 정씨와 이씨에게 두번이나 사기를 당해 우울 증세를 보이는 등 피해 선수들은 대부분 군입대를 하거나 정신적 충격으로 운동을 접은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대학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었고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잠깐 일하다가 사기행각을 벌였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여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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