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줘서 고맙습니다”…배수로 덮개 절도범 안타까운 사연

“잡아줘서 고맙습니다”…배수로 덮개 절도범 안타까운 사연

입력 2010-12-17 00:00
수정 2010-12-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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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로 덮개를 훔쳐 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60대 남성의 속사정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17일 학교에 설치된 수십개의 배수로 덮개를 훔쳐 판 혐의(절도)로 반모(6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반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청주시내 초.중학교 3곳에서 5차례에 걸쳐 배수로 덮개 40개를 훔쳐 중고상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반씨에게는 용돈을 쥐어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두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큰 아들은 서른을 훌쩍 넘겨서까지도 취업준비를 한다며 돈을 벌지 않았고 작은 아들은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게 됐다.작은 아들의 사업자금 2억-3억원은 반씨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빌려 준 돈이었다.

 결국 큰아들과 부인을 먹여살려야 하는 데다가 작은아들이 진 빚까지 고스란히 갚게 된 반씨는 초.중학교를 돌아다니며 배수로 덮개를 훔쳐 중고상에 팔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차례.반씨는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덜미가 잡혔고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반씨 자신도 배수로 덮개에서 시작한 절도가 어디까지 손을 뻗칠 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씨는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해 받는 월급 95만원으로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언제까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내내 불안했는데 여기서 멈출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은 “잘못을 저질러 불구속 입건되긴 했지만 속사정이 안타깝다”며 “최근 경제상황 때문에 생계형 범죄가 계속 늘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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