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전승절 이후 북중관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3일 북한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대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그를 중국에 보낸 의미와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룡해 비서에게 대중국 소통 채널 복원 등 모종의 임무를 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중국에 대한 단순한 불만 표출 뿐이라는 분석이 대립하고 있다.
정재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2013년 12월 친중파인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막혔던 북한의 대중국 소통 채널을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교수는 “최룡해 당 비서는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만나게 된다”면서 “그가 북한의 대중국 창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룡해 비서는 시진핑 주석을 개인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추론하고 “양자 회동이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이 혈맹관계인 북한과 항일이란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함께하는 전승절 행사에 북한의 거물급 실세가 참석하는 만큼 시진핑 주석이 최룡해 비서를 만나지 않으면 중국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최룡해 비서의 부친인 최현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중국 항일부대인 팔로군에서 활약했던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이 최룡해 비서를 극진히 대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룡해 비서를 중국에 보낸 것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은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 때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으나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는 격이 낮은 최룡해 비서를 보냈다”며 “이는 북한이 러시아와 비교해 중국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교수는 “최룡해 비서가 북중간 현안 타결을 위한 김정은의 특사가 아니라 축하 사절단 의미를 지닌 북한대표단 단장이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더라도 조우 또는 악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현재 대외관계 1순위를 러시아, 2순위를 중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승절 행사 후 북중관계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정재흥 교수는 “최룡해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6자회담 재개, 한반도 평화 안정 문제 등을 논의하더라도 북한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핵 문제에 의견 차와 불협화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뾰족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북중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핵보유국을 인정하라고 할 것이고, 중국은 이를 불편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도 “북중 정상이 관계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아직 앙금이 가시기 않았기 때문에 연내 복원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이 너무 막가파식으로 행동하고 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데 대해 감정이 있고, 김정은은 중국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에 감정의 골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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