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의 수호자 ‘참수리 고속정’ 동행 취재

참수리 고속정은 150t에 불과해 지휘소인 함교가 밖에 나와 있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비가 오는 여름에도 항상 정장과 부정장은 함교에서 배를 지휘한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윤영하 대위와 이희완 중위가 밖에서 지휘한다. 또 병기사인 조천형 하사와 서후원 하사는 20mm 발칸포에 들어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저 유리는 방탄유리가 아니다.
어민의 수호자 ‘참수리 고속정’ 동행 취재
2002년 6월 29일 발생했던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연평해전’은 스토리부터 훈련모습, 근무상황이나 무기의 특성 등 대부분의 내용에서 철저한 고증이 돋보였다. 특히 영화에서는 ‘해상전진기지’라는 곳이 등장하는데, 실제 기지와 현재도 묵묵히 작전을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의 모습을 지난 1월 1박을 하며 르포취재한 모습을 공개한다.

어둠이 찾아온 222기지에 참수리 고속정 3척이 접안해 있다. 참수리 고속정들은 주로 2척이 하나의 편대를 이뤄 작전을 나가는데, 연평도 어부들이 조업을 나가면 반드시 따라 나간다.
연평도는 NLL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이고, 주민 대부분이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부지런한 어민들은 어선을 이끌고 새벽 일찍부터 나와 조업을 한다.

참수리고속정에는 샤워시설이 없다. 수병들은 222기지로 와서 저녁을 먹고 샤워도 한다. 샤워 후 개인 목욕통을 들고 자신의 소속 고속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수병들의 모습이다. 어두워서 문을 빨리 못 열고 있는 모양이다.

취침등이 켜진 222기지의 밤. 당직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 새벽, 어부들의 조업 출항과 때를 맞춰 경비작전을 나가는 참수리 고속정.

분주한 출항 작업을 마치고 임무 완수를 보고 하는 갑판장.

바다에는 동료인 해경의 500t급 경비함도 우리 어부들을 지키고 NLL을 사수하기 위해 나와 있다. 우리 해군과 해경은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22기지는 대위가 기지장을 맡고, 참수리 고속정에 대한 지원업무를 한다. 자체 주방과 샤워시설이 없는 참수리고속정 승조원들이 222기지에 가서 식사와 세면을 하고 잠은 고속정으로 돌아와 잔다.

여명의 시간, 불그스름한 해의 기운이 바다에 살짝 드리우는 이 시간에 참수리 고속정 편대는 열심히 자신의 임무수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해가 뜬다. 그렇지만 일출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본격적인 임무의 시작이다.

어부들이 새벽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들어가면 참수리고속정들도 222기지로 복귀한다. 하지만 편안하게 그냥 가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총원전투배치”라는 구령에 따라 승조원들이 열심히 달려서 실전에 대비한 무장을 하고 각자의 전투임무 장소에 배치되는 훈련을 자주 하는 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이들도 222기지로 복귀하는 동안 반드시 전투배치 훈련을 한다.
연평해전 영화 초반에 보면 화장실에서 과자를 먹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로 보면 이해가 된다. 참수리 고속정은 화장실과 세면대의 칸막이가 없다.

혼전 중에도 옆 동료의 임무를 잘 알 수 있게 방탄헬멧에 자신의 보직을 적어 놓았다. 의무병 헬멧을 쓴 수병과 같은 임무가 연평해전의 주인공 박동혁 상병이다. 저런 여린 젊은이가 몸에 총 3kg에 이르는 100여개의 파편이 박혔지만 동료들을 치료하고, 사격을 한 것이다.

참수리고속정은 40mm 주포 1문과 20mm 발칸포 2문, 그리고 양쪽에 K-6중기관총을 배치해 놓았다.

북한 헬기나 항공기들의 공격에 대비해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미스트랄을 배치해 놓았다. 이 미스트랄 미사일은 제2연평해전 당시인 2002년에는 없었다.
이런 열악한 참수리 고속정보다 더 열악한 곳이 바로 222기지다. 그나마 참수리 고속정은 한달 작전하면 함대로 돌아가 육상에 있는 생활실에서 지낼 수 있다.

경비작전과 전투배치훈련 등을 마치고 222기지에 도착했다. 비록 작은 쇳덩이 기지이지만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는 장병들의 안식처다.
하지만 222기지 수병들은 휴가를 가기 전에는 땅을 밟지 못하고, 그 조그마한 쇳덩이 위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생활해야 한다.

2척이 한개 편대를 이뤄 서로 엄호하며 작전하는 참수리 고속정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팀웍이 중요하다.

동해·서해·남해 등 우리 바다의 최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 150t의 작은 덩치지만 35노트의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바다를 지킨다. 너무나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가 요구되기에 파도가 약간만 치더라도 사진처럼 함교를 집어 삼킬듯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수병들이 이 물보라 세례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대청도와 연평도의 바다에서 오늘도 우리 어부들과 NLL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작전하고 있는 참수리 고속정들의 노고가 연평해전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지게 돼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 낡고 조그만 전투함이 신형함으로 교체되기 전에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글·사진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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