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정상화 50주년 계기, 관계개선 적극의지 표현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오는 21일 일본을 전격 방문할 것으로 전해져 경색된 한일관계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윤 장관의 이번 방일은 박근혜 정부 초대 외교수장으로서 처음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4월 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그 직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자 방일 일정을 취소했다.
우선 윤 장관의 이번 방일은 하루 뒤인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의 방일이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양국간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장관의 방일이 당장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활성화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는 한편,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개최하는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셥션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양국관계의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 포함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등의 현안이 한꺼번에 논의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일관계를 풀 핵심고리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간 협의와 관련해 ‘상당한 진전’, ‘마지막 단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이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담판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위안부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좋은 분위기가 이어져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8월 종전 70주년 계기 연설(아베 담화)에서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의 뜻을 명확히 하면 한일관계는 정상회담까지 가시권에 들어오며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취임 이후 다자회의에서는 몇 차례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졌지만 양자 차원의 정상회담은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에서 각각 개최하는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셥션에 양국 인사의 방문도 관계개선 분위기 조성 측면에서 기대를 낳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리셥션에 윤 장관과 함께 기시다 외무상이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외교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주일 한국대사관의 리셥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야치 국장이 국교정상화 50주년 계기에 방한해 주한 일본대사관이 개최하는 리셥션에 참석하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고 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에서 개최하는 리셥션에도 우리 측 고위 인사의 참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리셥션 참석을 위해 일본 측 고위 인사의 방한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윤 장관의 방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이 8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그동안 윤 장관의 방일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도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에도 일본이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면 우리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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