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시 與 어떤 경우든 내상 불가피할듯유승민 “만약 전제로 한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국회법 개정안이 일부 문구수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정부로 이송됐지만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16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물밑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만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 경우, 새누리당은 어떤 시나리오 하에서도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듯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 이슈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 관련, 청와대의 반응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일절 대응을 안 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만약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배경에는 위헌논란을 피하기 위한 당의 노력에 대해 청와대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 수정에 반대하는 야당을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개정안 내용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성과를 얻었지만 청와대는 “글자 한 글자를 고친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르면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메르스 여파 등을 감안해 법적 시한인 30일에 임박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기가 언제이든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재의를 요구할 경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 경우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로서는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를 수도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로서는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움직임 자체가 부담스런 이유다.
또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당장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비박계 지도부에 대한 책임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아니라 유 원내대표는 당장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과제를 떠안게 된다.
만약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대로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해 법률로 확정할 경우 당청 관계는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회의에 상정한 뒤 새누리당이 집단으로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반란표’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아예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에 반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도록 하는 수순을 밟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자동폐기 수순을 밟거나 부결시킬 경우 청와대와의 마찰은 줄어들더라도 이번에는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진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모든 법안이 야당의 비협조로 ‘올스톱’될 수 있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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