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한일갈등·사드, 국익놓고 ‘3각외교’ 전망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으로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달 3자 또는 양자 차원의 외교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어 주목된다.한미일 또는 한미, 한일, 미일 차원의 일상적 협의로 볼 수도 있지만 한일 갈등과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다시 부각된 북핵 문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논란,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걸려 있어 관심이 한층 집중되고 있다.
우선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2박3일 일정으로 9일 오후 방한, 10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한다.
카터 장관은 전날 일본에 들러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 등을 규정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예정대로 이달 하순 개정하도록 양국 간 협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한미일 외교차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한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해 북핵 대응과 한일관계 개선 문제가 중점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16~17일에는 한미일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3자 안보토의’(DTT)가 미 워싱턴DC에서 열린다.
한미, 미일, 한일간 협의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한미는 DTT에 앞서 14~15일 워싱턴DC에서 양국 국방부 차관보급 관료들이 참여하는 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를 개최한다.
미일도 전날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27일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워싱턴에서 열어 방위지침 개정에 정식 합의할 예정이다.
28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미일동맹 강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29일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과거사·독도 갈등 속에서도 이달 내로 양국 외교·국방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은 ‘2+2’ 형식의 안보정책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3자, 양자 회담에서는 북핵 대응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협력이 주된 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7일(현지시간)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배치했고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북핵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일 간 화해를 적극 유도, 한미일 공조체제의 나사를 다시 조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카터 미 국방장관이 전날 일본 방문에 앞서 요미우리 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세나라(한미일)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또 한미 국방장관회담 의제에 포함은 안됐지만 카터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미측이 사드 문제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 등 최근 미국 관리와 전문가들이 연일 사드 ‘띄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논의와 함께 다음주 한미일 차관급 회담 등을 통해 오는 29일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계기로 일본의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에 대한 전향적 태도전화를 촉구할 전망이다.
또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포함한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 미일 양측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한편 투명성 유지와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미일 3각공조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면서 자위대 역할 확대를 포함한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군사·안보적 실리를 챙기고,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미일 3각동맹’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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