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뤄진 개각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유임이 결정되자 외교안보부처 내에서 들리는 반응이다. ‘1년 이상 맡은 장관은 개각 대상’이라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장관과 현 장관 모두 교체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특히 부임한 지 2년 반이 지나 최장수 외교장관을 넘보게 된 유 장관은 언제부터인가 개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는 후문이다. 국제정치학자 출신인 현 장관은 지난 1년 반 동안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국회에서도 ‘검토 장관’(검토해 보겠다고만 답하는 장관)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이들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여의도 친박계 의원 등의 이름이 후임으로 오르내린다. G20 정상회의가 이들이 유임되는 데 가장 큰 방패막이가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왜 나오는 것일까. 한 원로 정치학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국민들은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지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고 1년만 지나면 장관 교체 여론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정치적으로 휘둘려 본전도 챙기지 못한다.”
유 장관과 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 선봉에 서 왔다. 대북 정책과 한·미 동맹의 엇박자도 상당히 해소했으며, 천안함 사태 이후 내놓은 ‘5·24조치’도 양 부처의 합작품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국익 차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고,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다. 두 장관은 언제까지 장관을 할 수 있을 것이냐에 연연하기보다 국정 하반기를 맞아 국민의 든든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효과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다양한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들 장관이 단지 오래 자리에 앉아서 ‘최장수’로 기억될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성공해 이름이 기억될 수 있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 국방 “그만한 이 없긴 한데…”
8·8개각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살아남았다. 안보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 장관의 유임에 대한 의미를 물어봤다. 대부분 “위기의 군을 소신껏 이끌고 갈 인물로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평했다. 진보로 분류되는 전문가는 “김 장관의 능력은 뛰어나다.”면서도 “결국은 대안부재가 낳은 유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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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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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장관
김 장관은 지난해 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출중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 안팎의 많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군을 이끌었다는 평도 받고 있다. 하지만 소신을 보여 주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기도 했다. 경계에 실패한 군을 질타하는 국회와 언론에 ‘사표를 냈다.’는 취지의 말을 수시로 반복하며 ‘군으로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가 아닌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국회와 언론을 위해 계속해서 설명하고 솔직히 밝혀야 함에도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를 연발하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김 장관은 개각대상이라는 인상이 굳어졌다. 국방부 안팎에선 후임 인사에 대한 하마평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하마평을 잠재웠다. 누구는 ‘하나회’ 출신이라, 누구는 ‘전 정권에서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배제됐다. 게다가 군 내부에서는 장관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조차 없었다.
결국 김 장관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외형적으로는 다른 대안이 없어 유임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의를 공공연하게 표명하고도 살아남은 장관’이란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임은 단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 상황에 잘 대응해 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장관이 이런 의미를 되새겨 올 연말까지 이어지는 천안함 사건 후속조치와 국방 현안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8-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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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