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거리미술·버스킹·클럽·게스트하우스… 젊은이들이 만든 대중문화 놀이터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거리미술·버스킹·클럽·게스트하우스… 젊은이들이 만든 대중문화 놀이터

입력 2017-11-15 23:34
수정 2017-11-16 02: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3) 서울의 놀거리-대중문화 1번지 홍대 앞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3회 ‘서울의 놀거리-대중문화1번지 홍대 앞’ 편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상수동, 당인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소 홍대 앞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중장년층 참석자들은 자녀들이 즐겨 다니는 카페와 클럽, 디자인숍을 누빌 모처럼의 기회를 잡았다. 왕년에 홍대 문화를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손이 시릴 만큼 날이 찼지만 미래투어단의 얼굴에는 홍조가 그득했다.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인디 감성과 복고풍을 아우르는 ‘융합적 답사’를 이끌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당인동 서울화력발전소 앞에서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멀리 지하에 들어서는 발전소 굴뚝과 내년 말 완공 예정인 문화창작발전소 건물이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당인동 서울화력발전소 앞에서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멀리 지하에 들어서는 발전소 굴뚝과 내년 말 완공 예정인 문화창작발전소 건물이 보인다.
●본래 ‘홍대 앞’은 정문부터 산울림소극장까지 1㎞

플레이스 블랜딩(Place Blanding)은 장소의 가치와 힘을 규정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국가 이미지를 나타내듯 ‘홍대 앞’은 ‘홍대’라는 장소와 ‘앞’이라는 정체성을 동시에 담은 지역 명칭이다. 과거 500년 이상 서울의 명실상부한 대중문화 1번지로 군림했던 종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중문화 1번지 ‘홍대 앞’의 탄생이다.

종로라는 공간(Space)이 거리와 방향을 파악하게 하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상태라면, 홍대 앞이라는 장소(Place)의 개념에는 인간의 경험과 인식이 포함됐다. 형태와 공간의 내부에 주목하는 스페이스와 달리 플레이스는 관계와 맥락이 주목의 대상이다. ‘왕조에 의해 주어진’ 종로와 ‘젊은이들이 창조한’ 홍대는 다르다. 플레이스 블랜딩은 단순 볼거리가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식을 호의적으로 만든다. 이미지와 정체성을 갖춰야 완성된다. 홍대 앞은 최적의 플레이스 블랜딩이다.

홍대 앞만큼 역동적인 곳이 또 있을까. 1990년대 이후 줄곧 핫플레이스였다. 홍대 앞은 ‘홍대 스타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장소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온전히 구축했다. 한마디로 축약할 수 없는 넓은 문화적 스펙트럼과 복합적인 문화코드를 품고 있다. 홍대 스타일은 장르를 넘나드는 대안공간을 지향한다. 미술과 음악을 중심으로 예술 전 영역에 걸친 다양성과 유연성, 확장성이 특징이다. 스쳐 간 사람의 손때로 쌓은 시간의 피라미드 같다.

본래 홍대 앞은 1980년대 홍익대 미대 출신 작가들의 화실과 공방, 갤러리를 중심으로 미술학원과 미술서점이 모여 미술학원거리를 형성한 곳이다. 홍대 정문에서 산울림소극장까지 1㎞에 이르는 와우산로다. 지금의 ‘걷고 싶은 거리’는 옛 경의선 철도를 따라 형성된 먹자골목이었다. 동교동사거리에서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당인선 기찻길에는 지금도 플랫폼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90년대 들어 압구정을 떠나온 오렌지족과 신촌에서 옮겨온 대학문화가 이곳에서 합류했다. 1994년 라이브클럽의 전설 ‘드럭’이 문을 열었고, 1995년 홍익대 미대가 주최하는 거리미술제의 막이 올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인디밴드와 언더그라운드밴드가 활동하는 록카페와 라이브클럽, 댄스클럽이 홍대 앞을 클럽문화의 본거지로 만들었다. 홍대 놀이터(홍대어린이공원) 주변은 버스킹과 거리미술전시, 프린지공연, 프리마켓의 해방구가 됐다.

퇴폐·향락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도 따랐지만 대중문화의 신발상지 홍대 앞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패션과 출판디자인, 음식문화가 창조됐다. 4000개에 가까운 출판·디자인·인쇄업체가 홍대 스타일을 기름지게 했다. 출판사 직영 북카페는 홍대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이어 한류문화의 수출기지로 우뚝 섰다. 2013년 기준 서울을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중 54%가 홍대 앞을 다녀갔다. 공항 접근성이 좋고, 서울에서 가장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동교동과 연남동 일대에 밀집된 덕분이다. 클럽과 카페, 공연장, 쇼핑가와 먹을거리가 즐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경험할 필수코스로 떠올랐다.
신발공장을 개조한 상수동 커피숍 앞에서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신발공장을 개조한 상수동 커피숍 앞에서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상품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파는 곳 ‘홍대 앞’

홍대 앞은 홍익대 앞이 아니다. 홍대 앞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됐다. 앞으로 어디까지 늘어날지 모른다. 그것이 홍대 앞의 매력이다. 행정적으로 서교동, 동교동, 창전동, 상수동 지역을 일컫지만 2010년 이후 합정동과 연남동, 서강동을 점령했다. 최근에는 당인동, 망원동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홍대 앞은 단순히 상품을 팔지 않는다. 홍대 앞을 발상지로 하는 문화와 예술을 판다. 업주들이 임대료 인상을 피해 가게를 주변부로 옮길 때마다 소비자도 쫓아가는 이유다. 홍대 앞은 이미 와우교를 넘어 연남동 경의선 책거리로, 망원동 망리단길로, 또 내년이면 한국판 테이트모던이 들어설 당인동으로 뿌리를 뻗어 가는 중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남산과 장충동 (근대 역사기억장소)

■일시:11월 18일 오전 10시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 속에서 서울지하철 일부 역사가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찜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 제4선거구)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지하철 각 호선 주요 역사 17개 역을 대상으로 오전 8시, 오후 3시, 오후 6시의 온도를 표본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옥수역의 경우 24일 오후 3시 39.3도, 오후 6시 38.1도를 기록하는 등 시민들은 ‘찜통역’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2호선 성수역 또한 24일 오후 39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조사한 3일간 오전 8시 온도 역시 30도를 넘겨 오후 기록보다는 낮지만, 서울지하철 기준온도(가동기준온도 29℃)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지하역사인 아현역(최고 31.2도), 한성대입구역(최고 31.5도), 서울역(30.5도)도 조사 기간 내 오후뿐만 아니라 아침 시간대에도 이미 29~30도를 기록하여 시민들이 온종일 더위에 노출되고 있으며, 실제 체감온도는 측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상역사에 비해 지하역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밀폐 구조로 인해 공기가
thumbnail -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신청(무료) : 서울시 서울미래유산 (futureheritage.seoul.go)
2017-11-16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