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생체 간이식 받은 9개월 아기 ‘건강한 서른살’ 됐다

국내 첫 생체 간이식 받은 9개월 아기 ‘건강한 서른살’ 됐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4-12-17 00:03
수정 2024-12-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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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씨, 당시 부친 간 이식받아
“부작용 없어… 열심히 살아갈 것”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 집도
김경모 교수 30년간 주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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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9개월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자라 어엿한 사회인이 된 이지원(가운데)씨가 당시 집도의였던 서울아산병원 이승규(왼쪽)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 주치의 김경모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와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생후 9개월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자라 어엿한 사회인이 된 이지원(가운데)씨가 당시 집도의였던 서울아산병원 이승규(왼쪽)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 주치의 김경모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와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30년 전 선천성 담도 폐쇄증으로 간이 딱딱하게 굳어 가던 9개월 아기에게 아버지의 간 4분의1일이 이식됐다. 혈류를 여는 순간 여린 몸에 이식된 창백한 간이 붉게 물들었다. 아기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간으로 흘러들며 꺼져 가던 생명에 불을 지폈다. 첫돌이 되기도 전에 죽음 앞에 섰던 생후 9개월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 올해 서른 살이 됐다. 망설임 없이 간을 떼어 준 부모와 의료진의 간절한 노력이 죽음 앞에 선 아이를 살려 어엿한 사회인으로 길러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체 간이식을 받은 이지원(30)씨가 주인공이다.

1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선천성 담도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첫돌이 되기도 전에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출생 직후부터 담도가 수축하면서 막히는 질환을 선천성 담도폐쇄증이라고 한다. 신생아 1만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으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건강한 간을 내어 주려고 철저하게 건강 관리를 했고, 의료진은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최소화하고자 밤을 새우며 수술 계획을 세웠다. 이런 노력이 모여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수술을 맡았고 이 병원 김경모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가 수술 후 30년간 이씨의 주치의 역할을 했다. 지금도 이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씨는 “한 번도 큰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자라게 해 주셔서 교수님들께 가장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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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5월 주치의 김 교수(왼쪽 두 번째) 등 의료진이 생후 15개월 된 이씨(가운데)의 퇴원을 축하해 주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1995년 5월 주치의 김 교수(왼쪽 두 번째) 등 의료진이 생후 15개월 된 이씨(가운데)의 퇴원을 축하해 주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이씨에게 시행한 첫 생체 간이식 성공을 계기로 지금까지 성인 7032명, 소아 360명 등 7392명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삶을 선물했다. 국내 최다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012~2020년 생체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93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 100%, 5년 98.6%였다.

이 교수는 “1994년 12월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간이식 여정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됐고, 이를 계기로 7000명이 넘는 말기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다”며 “환자를 살리려는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뭉친 간이식 팀 의료진과 수술 후 눈부신 생명력을 보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들 덕에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치의 김 교수는 “30년의 세월은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의 결실일 뿐 아니라 의료진을 신뢰하며 잘 따라와 준 이식 환자들과 가족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성과이기도 하다”며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을 받은 아기가 기적처럼 유치원에 입학하고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성인으로 성장한 것은 이식 의료의 성공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이자 이식받을 아이들과 가족에게 큰 희망을 주는 귀중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2024-12-17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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