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대장 같으면 권위적이 된다”…방한 때 보아 등 17개국 청년과 오찬

연합뉴스
발표하는 유흥식 주교
14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전교구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의 유흥식 주교(오른쪽)가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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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지난 3월10일 한국 방문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주교단의 초청을 받아들여 대전교구가 주최하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최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14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사회적 약자인 젊은이들을 만나는 게 제1 방한 목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교황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황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여러 차례 썼고, 지난해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때도 교황을 만나 방한을 강력히 요청했다. 천주교 안에서는 유 주교의 편지가 교황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교황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의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을 만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순교자들이 많은 한국에서 만남을 갖는 것에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게 유 주교의 설명이다.
교황은 8월15일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을 한다.
오찬에는 한국을 비롯해 17개국 청년들이 참석하며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도 함께한다.
장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성격에 맞게 학생 휴게실을 바꿔 꾸민 임시 식당이다. 메뉴는 숯불갈비와 갈비탕을 포함한 한식과 양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주교는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대화의 자리가 되도록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전교구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의 3분의 1 이상을 배출했을 정도로 신앙과 영성의 지역”이라며 “교황께 보낸 방한초청 편지에서도 이런 내용을 잘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수많은 젊은 생명이 희생당한 세월호 얘기가 안 나올 리 없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표정과 자세로 얘기하던 교황은 세월호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깊은 슬픔에 빠진 듯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이따금 고개만 조금씩 흔들었다.
얼마 뒤 입을 연 교황이 말했다. “한국 국민들이 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 주교는 매일처럼 나오는 교황의 강론과 발언을 빠짐없이 듣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교황의 말은 주교와 사제들한테 주는 메시지다.
”양들(백성들) 맨 앞에 서세요, 잘 이끌어 가야 하니까요. 양들 한가운데 서세요, 형제자매처럼 같이 가는 사람이 되세요. 양들 맨 뒤에 서세요, 양들이 갈 길을 다 아니까 그냥 따라가면서 뒤처진 양을 잘 돌봐주면 됩니다.”
유 주교는 “교황 말씀처럼 사제들은 때에 따라서 아버지와 형제자매, 아들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항상 아버지와 대장처럼 하면 권위적이고 어려운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않게 그가 또 좋아하는 교황의 말이 있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유 주교는 이런 말을 자주 하면 할수록 만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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