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내 발길 닿는 곳마다 질박한 삶 있었네

섬 사내 발길 닿는 곳마다 질박한 삶 있었네

입력 2014-12-26 17:50
수정 2014-12-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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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문화 답사기/김준 지음/보누스/600쪽/2만 5000원

오래된 것들은 닮는다. 뭍에서 태어나 스무해 동안이나 섬과 바다를 떠돌았다면, 그의 유전자 깊은 곳에 섬사람의 생태가 새겨지는 건 당연하다. 새 책 ‘섬문화 답사기’는 생애 절반 가까이를 바다에서 보낸 ‘섬 사내’가 쓴 전남 완도의 섬 이야기다. 여러 섬들의 생태와 문화, 미역줄기처럼 질기고 치열하게 살아온 섬사람의 지혜와 신산한 삶의 역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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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같은 제목의 책 ‘여수, 고흥편’ ‘신안편’에 이은 세 번째 권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70㎞에 이르는 완도의 바다에는 50여개의 유인도와 600여개의 무인도가 푸른 별처럼 떠” 있다. 대개 김, 전복 등이나 양식하며 살아갈 듯하지만, 섬은 같은 듯 다른 저마다의 내면을 가졌다. 노화읍 넙도는 매년 정월 소를 잡아 당할머니에게 바치는 당산제를 이어오고, 약산면 당목리는 큰 몽돌을 신으로 모시고 당산제를 지낸다. 소안도 주민들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조선인, 이른바 ‘불령선인’으로 낙인 찍혀 감시받았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책은 이처럼 50여개에 이르는 섬 하나하나의 특징을 예리하게 잡아냈다. 어지간히 발품 팔지 않고서는 결코 얻어낼 수 없는 소득이다.

저자는 서울신문에 ‘바다맛기행’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그의 글은 들뜨지 않고 짭조름한 맛이 배어 있다. 책상머리가 아닌, 삶의 터전에서라야 체득될 수 있는 질박한 언어들로 가득하다. 책이든 신문이든,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향하는 곳은 거의 일정하다. 이제 섬사람은 늙고, 바다도 병들고 있다는 것. 섬과 갯벌이 상징하는 우리의 미래도 그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1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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