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열대나무

크레용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열대나무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3-08 03:02
수정 2023-03-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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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트리’만 그려온 승연례 초대전
생동·리듬감 가득한 ‘드로잉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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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우아한 축복
샬롬, 우아한 축복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주로 사용하는 크레용 하나만으로 눈앞에 거대한 나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오랫동안 ‘팜트리’(palm tree) 하나만 그려 온 승연례 작가의 초대전 ‘샬롬, 우아한 축복’이 8일부터 열린다.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 여행을 가 봤다면 도로 곳곳에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나무를 본 적이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종려나무, 대추야자 나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팜트리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시원시원하게 사방으로 뻗은 팜트리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깊이를 보여 주는 ‘드로잉 회화’들이다. 승 작가의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팜트리들이 화면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생동감과 리듬감이 느껴진다.

승 작가는 적당한 질감이 느껴지는 판화지에 크레용 하나만으로 반복해서 선을 그어 팜트리를 그린다. 동양화에서 ‘난을 치는’ 것이나 일필휘지의 과감함처럼 크레용으로 쭉쭉 선을 그어 한자리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나무의 모습에서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종이 바탕에 크레용으로 팜트리라는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마다 서로 다른 표정과 감성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로 나무를 그려 내고 있으나 푸른색, 붉은색, 연두색, 보라색 등의 색깔들을 더해 관람객들은 각기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봄의 희망, 여름의 열정, 가을의 풍요, 겨울의 평온 같은 감정적 기호로 그림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갤러리 측은 “이번 작품들에서는 우아하고 세련된 선의 움직임, 위트 넘치는 세부 묘사, 다양한 강약 조절 등 드로잉 회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승 작가의 남편은 한국 실험예술의 선구자인 이건용 화백이다. 그래서 승 작가의 그림 속 팜트리는 항상 두세 그루가 나란히 서 있어 연인이나 부부, 가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2023-03-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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