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5-06-03 17:56
수정 2015-06-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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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연암문화재단 ‘스쿨 콘서트’ 현장 가보니…

지난 2일 오후 3시, 학교 수업이 한창일 시간에 경기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학생 250여명은 학교 근처에 있는 안성시민회관으로 향했다. 수업에서의 해방감으로 들뜬 마음에 웃고 장난치는 것도 잠시, 객석에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밝아지자 아름다운 아카펠라가 들려왔다. “도~레~미~파~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배우들이 일렬로 서서 들려주는 소리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배우 다섯 명이 8음 음계를 소화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서로의 음을 뺏으려 몸싸움을 벌였다. 숨죽이던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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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 가온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 학교 인근 안성시민회관에서 열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는 올해로 10년째 학교를 방문하는 ‘스쿨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경기 안성 가온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 학교 인근 안성시민회관에서 열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는 올해로 10년째 학교를 방문하는 ‘스쿨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전국 고교생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고등학생들을 배꼽 잡게 한 ‘뮤지컬 습격’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LG 스쿨 콘서트’의 일환이다. LG연암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는 ‘스쿨 콘서트’는 평소 공연 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은 고교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인당수 사랑가’, 오페라 ‘카르멘’ 등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공연됐다. 올해는 ‘유도소년’ ‘나와 할아버지’ 등 대학로 흥행작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학교를 찾는다. 극단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간다’는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무대 세트와 소품, 장비, 인원을 최소화한 작품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날 공연된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신체극 형식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배우 여덟 명이 무대 세트와 소품, 음악과 효과음을 몸과 목소리로 직접 구현하는 ‘진기명기’는 학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배우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목말을 타며 숲 속 나무와 동굴을 만들어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는 물론 뮤지컬의 오케스트라까지 아카펠라로 만들어낼 때마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학생들 “학업 스트레스 훌훌~ 좋은 추억에 행복” 호응 커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가 공주의 거울을 훔치고 숲 속 야생 소년을 ‘온달’로 길들이며 공주의 삶을 꿈꾼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비틀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생 소년 온달이 날렵한 발차기로 악당을 물리치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온달이 칼에 맞아 쓰러지고 연이의 품에 안기자 여학생들은 “어떡해” 하며 얼굴을 감쌌다.

3학년 민경애양은 “학교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면서 “배우들이 몸과 목소리로 무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급생 김진우군도 “안성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LG 스쿨 콘서트는 가온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강원 양구군의 강원외고, 경북 구미 경북외고, 인천외고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물한다.

안성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6-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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