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프랑켄슈타인’ 베일 벗은 ‘셜록홈즈2’ 봄바람 난 창작뮤지컬

괴물 ‘프랑켄슈타인’ 베일 벗은 ‘셜록홈즈2’ 봄바람 난 창작뮤지컬

입력 2014-03-20 00:00
수정 2014-03-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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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창작 초연 뮤지컬 2제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에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작품을 대입하면 요즘 뮤지컬계의 한 흐름이 잡힌다. 그 중심에는 창작뮤지컬 ‘셜록홈즈2:블러디게임’과 ‘프랑켄슈타인’이 있다. ‘셜록홈즈2’는 전편 ‘셜록홈즈1’(2011)의 흥행에 힘입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편이 지난 1월 일본에서 흥행하자 일본 뮤지컬 제작사 도호예능은 ‘셜록홈즈2’에 대한 계약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리뷰만으로 ‘뮤지컬 괴물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일본·중국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현상이 거품이 아니라는 것은 작품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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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탄탄한 서사,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 화려한 무대미술이 조화를 이루면서 90%에 육박하는 유료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충무아트홀 제공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탄탄한 서사,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 화려한 무대미술이 조화를 이루면서 90%에 육박하는 유료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충무아트홀 제공
●빅터와 괴물, 뮤지컬의 괴물로 다시 태어나다

지난 18일 본공연에 돌입한 ‘프랑켄슈타인’은 3시간 내내 강렬한 장면과 음악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다가 끝내 가슴은 먹먹하게 하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창조주가 되려 했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욕망과 교만, 버림받은 괴물의 분노와 복수가 얽힌 이야기는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틀거리는 영국 작가 메리 셸리가 1818년에 내놓은 동명소설이다. 워털루 전쟁을 배경 삼아 빅터의 생명창조 연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빅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누나 엘렌의 회상으로 처리하면서 연구를 향한 집착을 유연하게 설명한다. 왕용범 연출이 내세운 ‘1인 2역’도 매우 정교한 장치로 활용됐다. 빅터의 얼굴을 한 자크가 앙리의 얼굴을 가진 괴물에게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모든 역할이 불교의 윤회나 평행이론을 연상시킨다.

물론 작품을 완벽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이다. 특히 박은태와 한지상이 연기하는 괴물은 흉측하기보다 매력적이고, 잔인하기보다는 서정적이고 애잔하다. ‘너의 꿈 속에서’(1막)와 ‘난 괴물’(2막)을 부를 때면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고음에 소름이 돋는다.

류정한과 유준상, 이건명이 나눠 맡은 빅터는 모두 다른 느낌이다. 류정한이 진지한 빅터와 간사한 자크라면, 이건명은 차분한 빅터와 다소 아둔한 자크다. 유준상의 빅터는 유쾌하고, 자크는 웃음을 유발한다.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엘렌을 연기하는 서지영과 안유진도 상당히 돋보인다.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오는 5월 11일까지 이어진다. 6만~13만원. 1666-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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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추리물과 긴박한 스릴러의 장점을 혼합한 뮤지컬 ‘셜록홈즈2’는 배우들의 명료한 연기와 섬세한 영상 활용으로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레히프로덕션 제공
명쾌한 추리물과 긴박한 스릴러의 장점을 혼합한 뮤지컬 ‘셜록홈즈2’는 배우들의 명료한 연기와 섬세한 영상 활용으로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레히프로덕션 제공
●유쾌한 셜록, 빛나는 왓슨

‘셜록홈즈2’(연출 노우성, 극작 김은정)는 추리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궁금할 만한 셜록과 살인마 잭의 대결을 흥미롭게 펼쳤다. 전편은 범인을 파헤치는 추리물이었지만, 이번에는 스릴러의 성격을 덧댔다. 괜한 긴장감을 유도하지 않으면서 셜록과 왓슨이 추리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구성은 극을 긴박하고 명쾌하게 흐르도록 한다.

전편에 이어 셜록을 연기한 송용진과 김도현은 첫 등장에서 미국 TV시리즈의 주인공 ‘콜롬보 형사’나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과 비슷하다. 이런 약간의 이질감은 극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합일되면서 자신만의 온전한 셜록이 된다. 진짜 빛나는 것은 왓슨을 한 이영미다. 명확한 발음과 시원한 목소리로 객석을 압도한다. 극 초반에 잭이 벌인 잔혹한 살인행각 5건을 속사포처럼 노래하면서도 매우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해 눈앞에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전편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 시즌1을 본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시즌2로 ‘셜록홈즈’를 처음 만났다면 꽤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BBC아트센터에서 30일까지 공연한다. 5만 5000~9만 9000원. 1577-3363.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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