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로 노벨상 영예와 독가스전 전범 낙인 동시에
질소비료 만드는 법을 개발해 대기근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했지만, 동시에 질소를 이용한 폭탄제조를 주도해 전범이 된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토머스 헤이거가 쓴 ‘공기의 연금술’은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리츠 하버(1868~1934)와 193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카를 보슈(1874~1940)의 영욕의 삶을 다룬다.
하버와 보슈를 언급할 때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질소다.
질소는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지만, 있는 그대로는 쓸 수가 없다.
하버와 보슈는 이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비료로 만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인물이다.
세계 식량공급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근이 예측되던 때 질소비료는 싸고 풍부한 식물 재배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동물의 먹이가 돼 기름, 설탕, 고기, 곡물 등을 생산해냈다.
공기의 구성성분을 가지고 인류를 먹여 살리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들의 삶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버는 명석한 과학자인 동시에 야망에 불타는 애국자였다.
그는 질소가 폭발물의 구성요소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전쟁 중인 조국 독일을 위해 질소를 이용한 폭탄 제조를 주도했다.
그가 만든 폭탄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훗날 ‘독가스의 아버지’로 기억됐다.
하지만 유대인 출신인 그는 나치에게 버림받았고, ‘전쟁 중에나 평화로울 때나 조국이 허락하는 한 조국에 봉사했다’는 묘비명을 남겨달라는 유언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보슈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를 지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정권에 협력했고, 결국 홀로 남아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저자는 “과학적 이타심이 정치와 권력, 돈, 개인적 욕망과 맞닥뜨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것이 진짜 과학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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