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툭 던진 돌이 살인으로…

장난으로 툭 던진 돌이 살인으로…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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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그랬다’ 2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서

연극 ‘소년이 그랬다’. 아이들의 장난에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심리극 형태로 그렸다. 국립극단 제공
연극 ‘소년이 그랬다’. 아이들의 장난에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심리극 형태로 그렸다.
국립극단 제공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애들이 의자를 밀어서 넘어졌다. 웃고 떠드는 애들에게는 분명 장난이다. 그런데 넘어져 죽어버렸다. 이걸 장난이라고 해도 될까. 결과로는 분명 죄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저 놀 거리가 없어서 의자를 잡아당겼다면, 자신을 지겹게도 놀려대던 친구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려고 그런 것이었다면 아이들을 어느 선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죽은 사람이 내 누나라면 가해자의 처지를 봐가면서 용서할 수 있을까. 또는 그렇게 장난친 사람이 내 동생이라면 무조건 사람을 죽였으니 유죄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연극 ‘소년이 그랬다’는 극 중반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극작가 톰 라이코스와 스테포 난수는 청소년들이 고속도로에서 던진 돌에 트럭 운전자가 숨진 실화를 바탕으로 ‘더 스톤스’(1996년 호주 초연)를 만들었다. 남인우 연출가는 이것을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했다. 무대는 공사장이다. 양쪽에는 철골 구조물이 2층으로 쌓여있다. 이곳을 놀이터 삼아 노는 열세 살 민재와 열다섯 살 상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풍을 쏘면서 키득대고 ‘존X’, ‘~한다능’ 같은 은어를 쓰는 딱 중학생이다. 상식의 새 운동화를 빼앗아 간 아이를 놀려주려고 다리 위에서 아이에게 몰래 돌멩이를 던졌다. 그런데 지나가던 차에 맞아 큰 사고가 나고 운전자가 죽었다. 우발적인 장난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극은 불안, 공포, 압박 등 소년들의 심리를 따라 빠르게 진행되면서 하나의 질문으로 치닫는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극은 머리뿐만 아니라 눈과 귀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1인 2역을 하는 배우 김정훈과 김문성은 철골 구조물과 객석 중앙 등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소년들의 행적을 그린다. 겉옷을 열어 제치거나 여미는 것으로 아이들로 또는 형사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일렉트릭 기타와 타악의 연주가 속도감을 더한다. 무대장치와 조명, 배우의 열연이 뭉친 ‘소년이 그랬다’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단은 ‘소년이 그랬다’를 시작으로 ‘청소년극 릴레이’를 이어간다. 25일부터 새달 1일까지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중견 연출가 박근형의 ‘빨간 버스’를 올린다. 여고생 ‘세진’을 주인공으로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이하게도 그 안에서 삶에 대한 긍정과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은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6월 1~9일, 백성희장민호극장)이다. 레슬링 매트 위에서 고등학생 8명이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왕따, 소문, 폭력, 사랑, 정체성 등을 이야기한다. 1만~3만원. 3개 작품 패키지 2만 4000~5만원. 1688-596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5-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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