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한복판서 쿠데타”… 거리로 쫓겨난 英주재 미얀마 대사

“런던 한복판서 쿠데타”… 거리로 쫓겨난 英주재 미얀마 대사

김규환 기자
입력 2021-04-08 20:34
수정 2021-04-0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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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비판하다 대사직서 해임당해
시민들 대사관에 몰려와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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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거부
출입 거부 8일(현지시간) 밤 미얀마 군부 측 인사들에 의해 영국 런던 주재 미얀마대사관에서 쫓겨난 초 츠와 민 대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건물 밖에 서 있다. “런던 한복판에서 일어난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인 민 대사는 지난 2월 발생한 쿠데타를 비판한 뒤 군부로부터 해임돼 소환을 당한 상태였다.
런던 AP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를 비판해 온 영국 런던 주재 미얀마 대사가 길거리로 쫓겨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초 츠와 민 주영 대사는 군부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대사관이 점령당했다며 이들로부터 “당신은 ‘더이상 (미얀마 대사관의) 대표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진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칫 윈 부대사가 미얀마 대리대사를 맡아 무관과 함께 그의 입장을 막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가 전했다.

민 대사는 자신의 퇴출과 관련한 사안을 영국 외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대사관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후속 정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영국 경찰에 의해 대사관 출입이 저지당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퍼지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사관 앞으로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몰려온 시위대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군인 출신인 민 대사는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때 체포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달 냈다. 당시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 모두(시위대와 군부) 멈춰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부 측이 “조국을 배반한 것”이라며 해임하고 그를 소환했다. 그는 “수치가 나를 (대사로) 지명했고, 나는 수치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며 군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민 대사는 “나는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21-04-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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