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악순환 빠진 브뤼셀 몰렌베이크 이슬람 다수 지역
이슬람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파리와 브뤼셀 테러범들이 은신했던 벨기에 몰렌베이크 구역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최근 서방과 싸우라고 부추기는 문자 메시지가 대량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7일 밤 “형제들이여 올바른 선택을 해라. 서구인과 대적해서 안 될 게 뭐 있냐”라는 프랑스어로 된 짧은 문자 메시지가 몰렌베이크 구역의 젊은이들에게 무작위로 발송됐다.
추적 결과 메시지는 선불 폰에서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메시지는 브뤼셀 테러를 벌인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최근 높아진 긴장 상황을 악용, 불만을 가진 젊은이들을 충원하려는 시도일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IS가 전화번호부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젊은이들을 추려 메시지 수신자로 삼았을 것으로 지역 공동체 활동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 바로 전 페이스북에서는 벨기에 젊은이들이 지난주의 브뤼셀 테러를 자축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올랐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벨기에 테러 사망자는 28일 현재 35명으로 늘어났다.
이 지역 출신의 자말 이카즈반 사회당 의원은 “IS가 젊은이들을 광풍처럼 휩쓸어 가려 한다”며 “(IS) 포식자들이 학교 교문 밖을 나서는 아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 출신이 많은 이 지역의 이슬람 성직자 자말 자리아는 “(IS 세력이) 암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에게 항암제 백신을 치료해 IS를 거부하도록 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모자란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을 비롯해 정치권의 굼뜬 대응도 문제로 꼽힌다.
한 여성은 자기 아들이 IS 모집책으로부터 열흘간 모두 140통의 전화를 받고 시리아로 건너가 전투에 가담했다고 전하며 “그것이야말로 강압적 모집”이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수사를 거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몰렌베이크 구역은 청년 실업률이 50% 수준으로 빈곤한 곳으로 이름나 있으며, 기업들은 아예 이 지역 출신이라는 점만으로도 채용을 꺼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한 극우 단체가 당국의 불허함에도 ‘무슬림을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를 벌였다.
몰렌베이크에서 IS와 극우 그룹의 주장이 맞서는 양극화의 악순환은 IS가 바라는 바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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