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선에 ‘블랙박스’ 없고 아직도 30여 명 실종상태
중국 양쯔(揚子)강 유람선 침몰사고가 440여 명이 사망·실종하는 ‘대참사’로 결말이 났지만 여전히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사고 선박 내부 최종 수색에도 불구하고 ‘블랙박스’가 나오지 않았고 30여 명의 승객이 아직도 실종자로 분류된 점이 주로 지적된다.
중국 창장(長江·양쯔강)해사국은 6일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 사고현장에서 침몰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내부에 대한 최후 수색을 마친 뒤 블랙박스가 없었다고 밝혔다고 중국중앙(CC)TV가 전했다.
블랙박스는 항해 시간, 선박 위치, 속력, 통신내용, 풍속, 풍향, 기관 상태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항해자료 기록장치’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침몰 선박에는 블랙박스는 물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변 선박 등에 위험 상황을 긴급하게 알려주는 ‘자동경보장치’도 탑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해사국은 파악했다.
이로 인해 사고 원인 조사가 자동기록 데이터도 없이 생환한 선장과 기관장, 선박회사와 관계기관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돼 객관성과 공정성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둥팡즈싱호가 길이 76.5m, 폭 11m, 정원 534명인 대형 선박이지만 연안 여객선이라서 중국 선박운행규정상 블랙박스와 자동경보장치 구비가 강제사항이 아닐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이 선박 전문가와 군부대 의료인력, 방역대원 등을 대거 투입 침몰선 내부 수색을 폈는데도 아직도 30여 명이 실종인 상태인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당국은 전날 오후 8시 현재 이번 사고의 사망자가 406명, 실종자가 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종자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숨졌을 경우는 시신이 배 안에서 유실돼 파악되지 않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는 승선자 476명 중 172명이 구조되고 295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9명은 지금도 실종 상태다.
중국 당국은 인력과 헬기 등을 동원해 선박 내부에 대한 재수색과 사고지점 하류지역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에 주력하고 있다.
양쯔강 중류인 사고 수역에서 하류지역인 상하이(上海) 부근까지 수색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항만기업이나 선박회사 등에도 실종자 찾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노력에도 실종자가 크게 줄지 않는다면 당국이 사고 발생 후 서둘러 대응에 나서면서 희생자 시신 유실 가능성에 소홀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구조·수색 최우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피해자 가족과 언론 매체 등의 현장 접근을 통제한 채 제한적으로 관련정보를 제공하면서 크고 작은 의문들을 키우는 양상도 나타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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