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덩샤오핑 손자, 지방 하급 간부로 후계자 수업”
중국 건국의 주역인 공산당 원로 세력이 권력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3세대인 ‘훙싼다이’(紅三代)’를 차세대 후계자로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국이 권력세습을 통해 왕조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베이징의 정치 분석가들은 중국 개혁ㆍ개방의 총사령관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일한 손자 덩줘디(鄧卓체<木+隸>ㆍ29)가 지방에서 하급 관리로 공직에 진출해 후계자 수업을 받는 것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앞서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바이써(百色)시 기관지는 덩줘디가 최근 이 시의 핑궈(平果)현 신안(新安)진 당서기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덩줘디는 작년 5월 핑궈현 부현장으로 공직에 진출해 발전ㆍ개혁, 물가, 정부법제, 빈부문제 등의 업무를 익힌 데 이어 1년여만에 신안진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덩샤오핑의 2남3녀 중 막내아들인 덩즈팡(鄧質方)의 외아들인 덩줘디는 지난 1985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8년 미국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그동안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있는 법률회사에서 일했다.
덩샤오디가 지방에서 하급 관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데 대해 중국 지도자들의 후손들이 승진을 위해 일정 기간 시골에서 하급 관리로 근무하는 관행을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덩샤오디의 공직 진출은 또 혁명 원로들의 자녀를 일컫는 이른바 ‘훙얼다이’(紅二代)에 이어 그들의 자손인 ‘훙싼다이’와 ‘훙쓰다이’(紅四代)의 정계 진출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공산당 원로들이 ‘봉건적인 왕조시대’를 연상케 하는 권력 세습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뉴스사이트 명경신문망의 허핀(何頻) 총편집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은 3∼4년전 리위안차오(李源潮) 당시 당 조직부장 주도로 혁명 원로들의 후손을 차세대 지도자로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가부주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종전 해외 유학생 출신들을 요직에 기용했으나 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힘들고 통제도 어렵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당 원로들의 후손을 차세대 후계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홍콩 태양보(太陽報)는 앞서 지난 2012년 말 당시 29세인 예젠잉(葉劍英) 전 중국 국가부주석의 증손자인 예중하오(葉仲豪)가 광둥(廣東)성 윈푸(雲浮)시 공청단 서기를 맡고 있다면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훙싼다이와 훙쓰다이들이 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혁명 원로 후손들은 개혁개방 이후 재계에 진출해 부유층이 됐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정치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부자라고 해도 언제라도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족 구성원의 정계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펑(李鵬) 전 총리 아들로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리샤오펑(李小鵬) 산시(山西) 성장도 중국의 5대 전력회사인 화넝(華能)그룹 이사장을 재직하다 공직으로 진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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