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전후 태생 65~74세 주목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웍서해치의 모넷 베리힐(72·여)의 은퇴 생활은 은행원으로 일하던 현직 시절보다 화려하다. 오전에 운동하고 외식을 즐긴 뒤 가끔 저녁 콘서트에 가는 게 베리힐의 일과다. 올해 휴가철에는 손자들이 있는 샌디에이고에 가는 대신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NYT에 따르면 이 세대의 풍요는 ‘시대적 운’을 타고난 측면이 크다. 이들은 전후 지속된 호황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손쉽게 견실한 직장을 구했고 퇴직 후 두둑한 연금을 보장받는 세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들의 은퇴 이후 터졌다. 빚 없이 보유했던 자산의 가치가 높아진 덕에 이들 노인층은 반사 이익을 봤다. 65~74세 가구의 연간 중위소득은 1989년 3만 달러 초반에서 2013년 4만 달러 중반으로 1만 달러(약 11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이 5만 달러(약 5500만원) 초반 대에서 정체됐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전 노인들보다 체력이 좋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세대의 저력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5명 중 1명꼴이던 60세 이상 근로자의 비중은 최근 3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NYT는 은퇴 이후 최저임금을 받으며 댈러스 시립 도서관에서 일하는 팻 체리(72·여)가 계속 고용을 걱정하는 사연을 전했지만, 정년을 넘겨 오래 일할수록 체리가 받을 연금액수도 늘어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일할 수 있다면 노년기에도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구매력 측면에서도 65~74세 노인들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2013년 이 세대 노인 가구의 연평균 소비·지출액은 4만 6757달러(약 5200만원)로 1989년보다 18% 늘었다.
이 세대에게 걱정이 있다면, 자녀 세대다. 베리힐은 “61세에 은퇴했던 부모님은 휴가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각종 고지서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면서 “확실히 우리 세대는 거부(슈퍼리치)는 못 됐어도 배는 곯지 않은 세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금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복지비용을 내고 그 혜택은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6-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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