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방화·폭행…LA폭동 닮아가는 ‘전쟁터’ 볼티모어

약탈·방화·폭행…LA폭동 닮아가는 ‘전쟁터’ 볼티모어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5-04-30 00:54
수정 2015-04-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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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종차별로 촉발 퍼거슨 사태 연상… 높은 실업률 등 흑인사회 불만 폭동 원인”

야간 통행금지령, 체포, 연막탄 등 공권력이 취한 어떤 조치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흑인 폭동을 잠재우지 못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는 이틀째를 맞아 더욱 격화했다. 볼티모어 시내 소요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가 됐다. 일부 시위대는 복면 대신 방독면을 쓴 채 폭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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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으로 무장한 미국 메릴랜드주 방위군들이 이틀째 흑인 폭동이 이어진 29일(현지시간)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효된 볼티모어에서 인적이 끊긴 밤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볼티모어 AP 연합뉴스
소총으로 무장한 미국 메릴랜드주 방위군들이 이틀째 흑인 폭동이 이어진 29일(현지시간)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효된 볼티모어에서 인적이 끊긴 밤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볼티모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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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금지령을 어기고 거리에 남아 있던 시위자가 경찰이 쏜 최루 가스탄을 다시 경찰 쪽으로 던지고 있다. 볼티모어 AP 연합뉴스
통행금지령을 어기고 거리에 남아 있던 시위자가 경찰이 쏜 최루 가스탄을 다시 경찰 쪽으로 던지고 있다.
볼티모어 AP 연합뉴스


지역 일간 볼티모어선은 28일(현지시간) 오후 4시부터 일어난 소요사태로 통행금지령이 발효된 오후 10시까지 경찰이 시위 가담자 23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건물 200여채와 차량 144대가 불에 탄 가운데 부상당한 경찰도 20여명에 달한다. 통행이 금지된 뒤에도 시위대 수백명은 해산하지 않았고 10여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이어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도 28일 오후 늦게부터 29일 새벽까지 시위대 수십명이 볼티모어 사태에 동조, 약탈과 방화에 가담하는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퍼거슨시에서는 지난해 8월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져 왔다.

볼티모어 폭동이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직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 이후 최악의 폭동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폭동의 원인과 성격을 규정지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언뜻 보면 퍼거슨시의 인종 차별 논란이 연상되지만, 소수의 백인이 지역의 기득권을 장악한 퍼거슨과 다르게 볼티모어에서는 흑인들의 공직 진출이 활발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에 BBC 등은 흑인 빈민가의 높은 실업률과 같은 빈부격차가 볼티모어 폭동의 원인이 됐고 이것이 상점가 약탈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23년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과 양상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LA 경찰은 29일 흑인 폭동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볼티모어 시위가 도시 경계를 넘어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 2인 1조 순찰팀 운영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볼티모어 시위대는 시위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물건만 약탈한다”고 시위대를 비난하면서도, 폭동의 원인에 대해 “한부모 가족, 약물 남용, 교육과 취업 기회 부족 등의 문제가 슬럼화된 도심 지역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볼티모어 출신 유명인들은 앞다퉈 우려를 표시했다. 이 지역 범죄를 소재로 2002~2008년 방영된 드라마 ‘더 와이어’의 원작자 데이비드 사이먼은 “그레이의 이름을 내세워 폭력적 권리를 주장하는 자들의 분노, 이기심, 잔인성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볼티모어 출신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트위터를 통해 “볼티모어는 위대한 도시이다. (폭동을) 함께 끝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소요사태로 29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는 미국프로야구(MLB) 사상 최초로 관중 없이 비공개로 열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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