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렌드] 저널리즘의 지각변동…“이제 의제는 독자가 설정하는 시대”

[미디어 트렌드] 저널리즘의 지각변동…“이제 의제는 독자가 설정하는 시대”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7-11 09:22
수정 2016-07-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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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칸 서든캘리포니아대 교수
가브리엘 칸 서든캘리포니아대 교수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 가브리엘 칸 교수가 지난 6월 12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컨벤션센터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카르타헤나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언론사가 특정 이슈를 주목해 보도하면 이를 접한 독자를 통해 여론이 형성되는 것. 언론학에서 언론의 핵심 기능으로 꼽고 있는 ‘의제설정 기능’(Agenda setting)이다. 과거 신문과 방송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생산·가공·전파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이론이다. 하지만 종이신문과 방송 뉴스가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에 밀려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의제설정 기능은 언론사에 있을까? 언론학자들과 미디어종사자들은 “이제 의제는 독자가 설정하고, 언론사는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NYT·WP, 댓글을 분석한다

기사 생산이 기존 언론사의 뉴스룸(편집국) 중심에서 독자(수용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NYT)는 기사 작성에 독자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독자의 저널리즘 참여를 연구하는 ‘인게이징 뉴스 프로젝트’(Engaging News Project)를 진행, 최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즈는 2007년 10월 30일부터 2013년 8월 13일까지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 96만 621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독자로부터 ‘추천’을 받았거나 우수 댓글로 선정된 글의 작성자는 더욱 활발한 참여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추천’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독자들은 월평균 0.2개의 댓글을 남긴 반면 ‘추천’을 한 번이라도 받은 독자들은 이후 월평균 2.1개의 댓글을 남겼다. 특히 우수댓글에 선정된 댓글 작성자는 이후 월평균 4.0건의 댓글을 작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댓글은 언론사가 독자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편집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저널리즘의 지속과 수익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위해 독자들의 댓글을 관리하는 ‘커뮤니티 에디팅팀’도 운영 중이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독자들의 디지털 저널리즘 참여에 주목하고 있다.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뉴스 프로젝트 총괄책임자는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진행된 ‘2016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독자와 해당 매체 간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댓글’을 꼽았다. 그는 “기사의 댓글은 뉴스룸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라면서 “의견을 달거나 댓글을 읽는 독자들은 가장 (해당 언론사에)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더욱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 분석에 따르면 댓글을 다는 독자들은 실제로 디지털 유료 구독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독자를 분석하고 그들과 대화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코랄 프로젝트’(The Coral Project)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독자들의 댓글을 분석(Trust)하고, 독자들에게 질문(Ask)하고, 언론사(기자)와 독자가 소통(Talk)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The Coral Project
The Coral Project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에 기사를 먼저 전송해 독자들이 기사를 읽게(Read)한 뒤 페이지뷰와 댓글 반응 등을 분석해 신문에 심층 보도(Word)하는 ‘First read, last word’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의제설정의 새로운 정의 내려졌다”

이번 포럼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가브리엘 칸 서든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현재 언론사들이 처한 환경변화의 돌파구를 독자와의 관계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 교수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새로운 미디어가 생겨나면서 기성 언론사들의 의제설정 기능이 독자들에게 넘어가게 됐다”며 “기성 언론사가 기사를 내면 그것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유된다. 언론사는 다시 수용자들이 많이 공유하는 유형의 기사를 제공하게 된다. 의제설정의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언론사 편집국장과 각 부서의 부장들이 뉴스룸에 모여 그날 지면에 담을 기사들을 선택·공급해왔지만 이제 독자들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기성 언론사들 모바일 뉴스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룸으로 재편하고, 미디어 수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르타헤나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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