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히로시마선언 일어번역문 ‘꼼수 의역’ 논란

G7 히로시마선언 일어번역문 ‘꼼수 의역’ 논란

입력 2016-04-13 18:07
수정 2016-04-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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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인간적 고난’ 표현 영어원문과 차이…“피폭지 달래려 억지 번역”

지난 10∼1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표한 문서의 일본어 번역을 놓고 ‘의역’ 논란이 불거졌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논란을 부른 문서는 ‘핵무기 없는 사회’를 향한 결의를 담은 ‘히로시마 선언’이다.

이 문서의 일본어 번역문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사람들은 원자폭탄 투하에 의한 매우 심대한 괴멸과 비인간적인 고난이라는 결말을 경험했다”라는 대목에서 ‘비인간적인 고난’에 해당하는 영어 원문은 ‘인간적 고통’이나 ‘인간의 고통’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human suffering’이다.

아사히에 의하면, 나가사키(長崎)대학 핵무기철폐연구센터의 스즈키 다쓰지로(鈴木達治郞) 센터장은 “‘human suffering’을 ‘비인간적인 고난’이라고 번역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비정부기구(NGO)인 핵무기철폐국제캠페인(ICAN)의 가와사키 아키라(川崎哲) 국제운영위원은 “히로시마의 여론을 의식해 ‘비인간적’이라고 억지로 번역했다”며 “‘비인도’는 아니지만 그것에 가까운 표현을 취했다”고 지적한 뒤 “심각한 오역”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피폭지 주민들이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지적하는 문구를 히로시마 선언에 담길 원했지만 G7내 핵보유국(미국·영국·프랑스)들의 저항으로 결국 넣지 못하자 일본 정부가 번역을 통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었다. 히로시마 선언의 공식 문서는 영문이지만 일본의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파악하는 통로인 일본 언론은 일어 번역문의 표현을 사용했다.

또 국제회의 통·번역 전문가인 아카타니 게이코(赤谷慶子) 씨는 “‘human suffering’은 ‘인적 고통’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 뒤 “그 표현 앞에 ‘심대한 괴멸’이라는 강한 표현이 있기에 (‘비인간적인 고난’은) 간신히 허용되는 의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보다 널리 핵의 비참함을 호소하는 의미로 ‘비인간적인 고난’으로 번역했다”고 밝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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