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기소 면한 83세 전 주교 20여 년 만에 실형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영국의 지도층이 15년간 성범죄를 저질러온 주교를 비호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찰스 왕세자
그는 1977년부터 1992년까지 젊은 사제들을 알몸으로 제단에서 기도하게 하거나 폭행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특정 주교의 개인적 불법행위에 그칠 뻔했으나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비호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볼 전 주교가 지난 1993년 사제 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왕실 관계자와 장관, 의원, 사법부 고위직 인사들로부터 2천 장의 탄원서가 날아들면서 기소를 면했다는 사실이 재판 중에 드러난 것이다.
왕실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볼 전 주교는 평소 찰스 왕세자와 친분을 과시해왔다.
찰스 왕세자 측은 “볼 전 주교의 편에서 사법처리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캐리 경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1993년 볼 전 주교의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당시 검찰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캐리 경은 비호설을 부인했다. 그는 “캔터베리 대주교 시절 볼 전 주교에게 피해를 본 이들을 부적절하게 대하고 볼의 주장을 너무 믿은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볼 전 주교를 비호한다거나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 전 주교의 학대 피해자인 그레이엄 소여 신부는 이날 판결 선고 후 “볼 전 주교가 1993년 기소되지 않은 것은 끔찍하게 슬픈 일”이라며 “사회지도층은 부패했다. 전면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 전 주교는 2008년 교회가 재조사에 착수해 경찰에 사건을 넘기는 바람에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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