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관전포인트…투자협정·고속철도·보잉공장·기업합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은 세계를 이끄는 두 강대국 간의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를 관찰할 기회를 제공한다.중국은 시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미중간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위한 경제적 기초를 다지면서 경제협력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산 제품의 대규모 수입과 투자 유치를 위주로 했던 경협 관계가 중국산 고속철도의 수출이나 미국 항공기공장의 유치에서 보듯 변모된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지리한 협상이 이어져 왔던 미중간 양자투자협정(BIT)이 돌파구를 마련할지와 함께 미국 고속철도 사업 진출, 양국 기업간 합작투자 등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 교착상태 투자협정 협상 돌파구 기대
미중 양국의 경제관계를 규정할 양자간 투자협정은 지난 2008년 협상이 시작돼 7년째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개방 범위, 투자제한 목록 등 민감한 영역에서 견해차가 노출되면서 쉽사리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주전 베이징에서 협상을 하고 BIT 체결을 위한 수정 제안서를 교환했던 양국 대표는 시 주석의 미국 방문시 워싱턴에서 다시 한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이번 방미 과정에서 투자협정 협상의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을 당시 투자협정의 조속한 타결을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미국의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94명은 연명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조속한 투자협정 체결이 양국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모임인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BC) 존 프리스비 위원장은 “투자협정 문제가 양국 국가원수간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협정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우스젠(周世儉) 칭화(淸華)대 중미관계연구센터 선임연구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정 타결을 위한 큰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미중 기업간 경협 교류 확대
시 주석은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22∼24일 시애틀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경제분야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이 창설한 폴슨 재단의 주관으로 23일 열리는 미중 기업인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양국이 직면한 문제, 도전과 기회, 경제무역 관계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기업 CEO가 각각 15명씩 참석, 양국 기업 간의 협력 교류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게 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팀 쿡 애플 CEO, 메리 배라 GM CEO를 비롯해 듀폰,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아마존, 보잉, 펩시콜라, IBM, 스타벅스, 애플, 하얏트 등 미국의 쟁쟁한 기업 거물들이 모두 참석한다.
중국 측에서도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마화텅(馬化騰) 텅쉰(騰訊·텐센트) 회장, 양위안칭(楊元慶) 롄샹(聯想·레노보)그룹 회장, 톈궈리(田國立) 중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 중국, 보잉의 첫 해외공장 유치 성사될까
시 주석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지도 관심사다. 통상 중국 지도자의 미국 방문에서는 여객기 구매계약이 수반됐다.
이번 시 주석의 방미 수행단에 둥팡(東方)항공 등 여러 항공사 경영진이 포함돼 있고 작년에만 미국 보잉이 총 155대의 여객기를 중국에 인도했던 만큼 이번에도 대규모 여객기 구매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서 보잉이 B787, B777 등 여객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시찰할 예정이다.
특히 시 주석 방미에 앞서 보잉이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던 만큼 보잉이 중국공장 건설 문제를 공식 발표할지도 관심사다.
B737 여객기를 생산하는 마지막 공정을 맡게 될 이 공장은 미국 밖에 세워지는 보잉의 첫 항공기 생산설비가 된다. 중국 측은 보잉 항공기의 부품 공급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의 항공기 제작 역량도 전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 IT기업들도 중국에서 기회를 모색 중이다.
◇ 미국 고속철도 사업 수주 확대
수궈쩡(舒國增)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소조 부주임은 최근 “경제협력이 이번 시 주석 방미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실질적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경협 항목으로 미국 고속철도 사업을 거론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고속철 건설을 위한 합자회사를 설립키로 서명한 상태다. 중국철도총공사가 이끄는 중국 컨소시엄은 미국에 ‘국제 중국철도’라는 합자회사를 세우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70㎞ 구간의 고속철의 건설을 맡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건설하는 첫 번째 고속철 프로젝트인 이번 고속철 공사는 2016년 9월 말 시작된다.
번번이 해외진출에 실패했던 중국 고속철도로서는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고속철도의 가장 중요한 진출지가 됐다.
중국 고속철 회사인 중처(中車)는 미국이 계획중인 뉴욕-보스톤간, 뉴욕-워싱턴간,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댈러스-휴스턴간, 사막 고속철도 등 10여개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중처는 지난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에 6천만 달러를 투자한 첫 공장을 착공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앞으로 보스턴 지하철의 객차를 조립할 예정이다.
중국은 중국 기계설비공정유한공사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케냐에 1.7MW(메가와트) 풍력발전소 60개를 건설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총 투자규모는 3억2천700만 달러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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